몇 년 전 새로운 소득작물로 골드키위를 도입하고자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라는 작은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는 데, 그곳 관계자로부터  “뉴질랜드에서는 농민이 백만장자이고, 도시에는 빈민이 모여 산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은 자신들만의 자랑인 키위(참다래)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요즘, 제주는 연일 하락하고 있는 감귤가격 때문에 행정 공무원은 물론 농·감협 직원, 도민, 생산자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모두 알고 있지만 실천하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모두들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문제는 우리에게, 나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으로 기존의 생각과 의식을 버리지 못한다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은 앞으로도 몇 년을 두고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뉴질랜드의 농업인들의 의식을 벤치마킹 해봄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뉴질랜드 농업의 기간산업인 키위산업도 우리 제주가 겪고 있는 감귤산업의 어려움과 같은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까지 뉴질랜드 키위재배 농업인들은 키위 열매뿐만 아니라 묘목까지도 유럽과 아시아로 수출하여 매우 호황을 누렸었다. 하지만 묘목을 수출한 지 3~4년이 지난 후 그동안 묘목과 열매를 수입하던 나라에서 자체적으로 키위를 생산하게 되면서 뉴질랜드 키위재배 농업인들은 정부의 융자금도 못 갚을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위기가 찾아왔을 때 뉴질랜드 키위재배 농업인 80%가 모여 영농조합을 구성하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원예연구소에 키위 신품종 개발비로 연간 35억원을 15년간 부담한 결과 새로운 품종 개발에 성공하게 되었으며, 새로 개발한 신품종은 국제특허를 받았고, 묘목을 다른 나라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농업인들이 주주(株主)가 된 영농조합의 자회사격인 “유통전담회사”를 설립하여 마케팅을 전담하게 하고, 유통전담회사의 기술지도 아래 생산과 판매를 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 뉴질랜드 키위는 세계 7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키위재배 농업인들은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고 있다.

 뉴질랜드 키위 선과장에는 생산자가 절대 들어갈 수 없다. 생산자는   생산만 하고, 운송·선별·포장·마케팅(판매)는 마케팅 회사인 “유통  전담회사”가 전담하고 있으며, 수확시기가 되면 사전에 포장을 방문하여 품질을 조사하고 수확시기도 마케팅 회사가 정해 준 기간에만 수확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유통 시스템이 세계화,   개방화 속의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영농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 모두 지혜를 한데 모아야 할 때이다. 현재 감귤산업의 구조적 문제는 누구의 탓만으로 돌려 해결 될 사안이 아니다.

 뉴질랜드 키위재배 농업인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았듯이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노력한다면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양   재   현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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