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감귤산업은 1781년 지중해 연안 ‘발렌시아(Valencia)’ 지방에서 처음으로 재배된 이래 지금은 277천 ha에서 연간 6백만톤의 감귤류(오렌지, 만다린, 레몬 등)가 생산되어 이중에 약 60% 정도가 인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로 수출되며 주요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천혜의 자연 조건과 인접한 부자 국가의 튼튼한 배후 시장이 있어 감귤을 비롯한 농산물은 대량 생산과 유통관리 체계를 갖추고 우수농산물관리제(GAP), 이력추적시스템(Trace-Ability)이 잘 발달되고 있다.

예를들어, 농산물의 소비처로 운송될 때는 소비처와 꼭 같은 조건으로 실험실에 샘플을 보관하다가 이상이 생기면 현지 영국이나 독일과 같이 장거리에서도 즉시 전량을 리콜 할 수 있는 최고의 품질관리 수준으로 세계 각국에서 이를 벤치마킹 할 정도이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친 최악의 절대 위기를 극복한 발렌시아 농부들이 피눈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제 1차 세계대전 기간(1914~1918)에는 극도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생산지에서 오렌지 한 박스당 10실링에 반출되었으나, 영국의 런던 소매시장에서는 200실링으로 무려 20배 정도의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운송비용은 1실링에서 50실링으로 생산비의 5배가 넘게 인상되는 등 유통업자들의 농간에 놀아나기도 한다.

세계경제대공황 기간(1930년대)에는 유럽 경제의 몰락으로 수출시장 자체가 아예 붕괴되어 판매할 시장 자체가 없어져 버리기도 하고, 스페인 내전 기간에는 감귤 판매 대금 전체가 군대의 임금으로 사용되어 농부들의 손에 한 푼도 쥐어 주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전쟁이 끝나서 감귤 산업과 수출선 회복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가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이 발생되어 전쟁기간(1939~1945) 중에는 항만의 봉쇄로 감귤 운송 자체가 아예 불가능 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전쟁으로 인해 극도로 황폐해진 감귤산업을 다시 일으켜 잠시 호황을 맞다가 1956년대에는 동해(凍害)를 입어 30만톤이 폐기되기도 하고, 1968년에는 1백만톤 이상이 치명적인 바이러스(tristeza)에 감염되기도 하였다.

한때는 대홍수가 터지면서, 한 농부의 아내가 왼손에 아기를 안고 오른 손에는 생명과도 같은 한 그루의 감귤나무를 건지려다가 흙탕에 같이 휩쓸려 떠내려가는 그림을 보면서 잠시 숙연해 지기도 하였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한 정치와 경제의 혼란상황, 자연의 재해 등으로부터 수많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으며, 기도를 많이 하는 순박한 발렌시아 농부들은 혹독한 시련을 하늘 원망 할 겨를도 없이 극복하고 이겨내었다.

필자는 몇년전 현지에서 만났던 70세의 발렌시아 농부로부터 ‘조상 대대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농사를 지어왔다’는 얘기를 들으며 220년의 스페인 발렌시아 감귤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하면 제주 감귤은 짧은 역사에서 재앙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조절이나 품질관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고민을 한다면 분명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   시  중
제주특별자치도 통상담당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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