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등 사정 더 악화되면서 빚 청구 소송 잇따라
제주지법, 지난 달 민사사건 접수 42~55%나 급증

올 들어 서민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는 조짐이 법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제주지역 경제의 실상을 가늠할 수 있는 법원의 크고 작은 금전 등 관련 민사소송 청구 사건이 모두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던 민사합의, 민사단독, 민사소액 사건이 지난 달에는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민사사건은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이 이자 또는 원금 상환을 하지 않을 때 채권자(금융권 등)에 의해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사건이 대부분이다.

특히 대여금 등 2000만원 이하의 민사 소액 상환 청구가 큰 폭으로 늘어 악화된 서민경제의 실상을 엿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한 달 제주지법에 접수된 민사소액 청구 사건은 500건이었다.

그러나 올해 2월에는 이 보다 무려 55%(277건)가 증가한777건이 접수됐다.

또, 같은 기간 소송가액 1억원 이하인 민사단독 사건도 170건에서 244건으로 74건(43.5%)이 늘었다.

이와 함께 소송가액이 1억원 이상인 대여금 또는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합의 사건도 지난해 2월 14건에서 올해 2월에는 20건으로, 6건(42.8%)이 늘었다.

한 법조인은 “건수 자체보다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난 한 달 접수된 민사사건은 모두 10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84건보다 무려 357건이 늘었다. 하루 평균 35건이나 되는 우려할 건수다.

이런 추세가 계속 유지될 경우 지난해 전체 민사사건(접수) 1만1486건을 훨씬 앞질러 1만5000건에 육박할지도 모를 일이다

빚을 갚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소득 격감 때문일 것이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양산으로 인해 가계 소득은 계속 줄고 있고, 물가까지 올라 어려운 가계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장기적인 취업난과 침체된 지역경제로 소비가 줄면서 소규모 기업과 가게 등 영업점포의 소득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앞으로 석유 가격의 폭등세가 멈추지 않을 경우 가장 취약한 서민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제주도는 물론 경제계, 금융권의 눈에 보이는 서민경제 살리기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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