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법, '근저당권 등기 말소' 원고 청구 인용
피고 측에 "원인 없는 설정 등기 말소하라"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만 대신 빚을 갚은 변제자가 채권자의 담보권을 이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근저당권 설정된 등기를 이전하는 이른바 ‘부기등기’가 변제자 대위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무효가 된다는 보기 드문 판결이어서 눈길을 끈다.

‘부기 등기’란 기존의 등기에 표시되어 있는 권리와 동일한 순위나 효력이 있다는 것을 등기부상에 명백히 하는 절차를 말한다.

제주지법 민사 3단독 이계정 판사는 최근 정 모씨가 전 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근저당권 설정 등기 말소 등기 등’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변제를 원인으로 한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말소 등기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정씨는 박 모씨에게 채권 최고 금액 2900여만원에 근저당권 설정 등기된 토지가 경매에 넘어가게 되자 2006년 11월 강 모씨에게 부탁해 빚을 갚았다.

이후 이 토지는 대위변제(채무를 대신 갚은 제3자에게 채권자의 권리가 넘어가는 것)를 원인으로 피고 전 씨에게 근저당 설정 등기가 이전(부기등기)됐다.

이에 대해 전 씨는 “강 씨가 신용카드로 원고의 피담보(근저당 설정 등기된 토지) 채무를 변제했고, 자신은 강 씨의 신용카드 대금을 결제했으므로, 실제로 자신이 원고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것”이라며 “이 사건 근저당권 이전 등기는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피고는 강 씨에게 좋은 땅을 매수해 줄 것을 부탁하면서 4000만원을 송금했을 뿐, 강 씨의 신용카드 대금 3100만원을 결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이어 “피고는 원고의 채무 변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채권자인 박 씨도 원고의 채무와 관련이 없는 피고에게 이 사건 근저당권의 이전을 승낙할 이유가 없다”며 “대위변제를 원인으로 한 근저당 권 설정 등기에 대해 말소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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