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폐기물처리시설 업체, 제주시 상대 소송 승소
지법, "비합리적인 주민 요구 수용 안 해도 된다"

불합리한 민원 제기를 이유로 사업기간 연장을 불허한 행정행위는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업계획 추진과 관련해 주민들의 비합리적인 요구 사항은 사실상 수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드문 판결이어서 관심을 끈다.

특히 이 판결 이후 시설업체와 주민 간 갈등이 심한 유사한 형태의 사업 추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제주지법 행정부(재판장 윤현주 수석부장 판사)는 최근 모 건설폐기물 재생처리 업체가 제주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사업기간 연장 불허처분 취소 청구 소송 선고 공판에서 “피고는 사업기간 연장 불허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업계획 추진과 관련된 민원은 사전에 지역주민과의 원만한 합의를 이뤄 내 민원이 해소된 후에 시설의 설치 및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부관은 행정청의 재량 행위에 속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는 폐기물처리 시설은 혐오시설로서 인근 주민들의 설치 반대가 예상되므로 사업시행 주체인 원고가 적극 나서서 사전에 사업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들의 합리적인 요구 사항을 받아들여 설득시켜야 하며, 반발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한 것일 뿐, 주민들의 비합리적인 요구 사항까지 모두 수용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주민들이 합리적인 근거없이 무조건 폐기물처리 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요구”라며 “원고가 부관의 이행을 위해 노력한 이상 이 사건 적정통보의 사업기간 연장을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모 폐기물처리시설 업체는 제주시 애월읍 내에 건설폐기물 처리공장을 시설하겠다는 내용의 ‘건설폐기물 중간처리 사업계획서’를 2005년 당시 북제주군(현 제주시)에 제출했다.

북군은 같은 해 11월 24일 ‘사업계획 추진과 관련된 민원은 사전에 지역주민과의 원만한 합의를 거쳐 민원이 해소된 후에 시설 설치 및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는 부관을 붙여 허가 신청기간 2년의 사업계획에 대한 조건부 적정통보를 했다.

그러나 제주시는 지역주민들과의 민원을 이유로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원고는 허가신청 기간 2년의 만료 시점(2007년 11월 23일)이 다가오자 그 기간을 1년간 연장해 달라고 제주시에 신청했으나 시는 “주민과의 합의를 이뤄내고 공사를 추진한다는 부관을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허가신청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한편 지법 공보관 이계정 판사는 “부관의 ‘민원 해소‘의 의미는 인근 주민들의 불합리한 요구 사항까지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며, 민원 해소를 위해 합리적인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면 족하다는 판결인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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