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설-하천일부” 네몫 공방
서귀포시서 방치…집중호우 때 주민들 목숨 건 횡단


김 모 씨(53.서귀포시 남원읍)는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벌써부터 마을 인근 종남천을 쳐다 볼 때 마가 덜컥덜컥 겁이 난다.

지난해 장마철 농경지를 둘러보기 위해 이곳에 있는 세월(일명 배고픈 다리)을 건너다 급류에 휩쓸려 죽을 뻔 했던 순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김 씨처럼 배고픈 다리를 이용해야 하는 상당수 주민들이 장마와 태풍 등 집중호우 철을 앞두고 불안에 떨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에는 교량으로, 하천을 횡단하는 도로의 역할을 하다가도 폭우로 하천에 물이 불어날 경우 물속에 잠겨 버리는 배고픈 다리.

배고픈 다리 관리를 놓고 서귀포시의 관련부서 간 장대 떠밀기가 한창이다.

서로 관리부서가 아니라며 책임을 떠미는 이른바 ‘네 몫 공방’이 일고 있다.

이처럼 행정이 관리책임을 떠미는 새 정작 배고픈 다리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불안은 더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현재 서귀포지역의 대표적 배고픈 다리는 남원읍 위미1리 위미초등학교 서쪽에 소재한 종남천을 동서로 횡단하는 20m 세월과 성산읍 신풍리 마을인근에서 천미천을 가로질러 표선면 하천리를 연결하는 천미천 횡단 30m 길이의 세월, 표선면 세화 2리 가시천 하류 20m 길이의 세월 등이 꼽힌다.

이들 세월은 해당 읍.면이 ‘재해위험시설’로 분류해 특별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이들 배고픈 다리는 주민들의 왕래가 빈번해 읍.면이 관리하는 대표적인 세월일 뿐 실제 서귀포지역에는 행정이 공식으로 관리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세월이 수십 곳에 이르고 있다.

이와 관련, 서귀포시 하천관리 부서는 “세월은 하천을 횡단하는 교량과 도로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다 대부분 과거 농어촌도로 개설과정에서 조성된 만큼 이를 하천부서가 담당할 근거가 없다”고 관리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반면 도로관리 부서는 “세월은 공식을 도로로 지정된 곳도 아닐뿐더러 공식 관리대상 교량도 아닌 만큼 하천부속물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처럼 배고픈 다리 관리문제를 놓고 부서간 책임 떠밀기로 관리사각지대화 하는 새 주민들의 목숨 건 횡단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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