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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와의 연륙’은 제주 창조신화의 거대 여인(女人) ‘설문대 할망’ 이래 섬사람들에게는 영원한 꿈이었다. 그때 섬사람들은 ‘설문대 할망’에게 제주와 목포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아주기를 바랐다. 하늘을 찌를 듯한 초거대 체구와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힘을 가진 ‘설문대 할망’이라면 충분히 해 낼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전설이지만 제주 섬사람들의 연륙의 꿈이 그 아득한 옛날부터 절절이 녹아 있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반세기 전에도 ‘제~목 대교(濟~木 大橋)’ 건설을 공론화 한 적이 있었다. 초대 민선 도지사 선거 때 강성익 후보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제주-목포 간 다리 건설이었다. 강 후보가 당선이 되었지만 다리는 건설되지 않았다. 당시 강성익 후보 자신도 ‘다리 공약’만은 실천할 수 없음을 알았고, 유권자들 역시 그것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서 당선시킨 것은 아닐 터이다. ‘대 제주(大 濟州)’ 건설과 곁들여 내세운 ‘다리 공약’이 제주민들에게 꿈을 심어줬다 해서 실천 가능성 이상의 평가를 내렸는지도 모른다.

근년(近年)들어서는 언론이 다시 제-완 대교(濟-莞 大橋)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급기야 제주-전남 두 광역 도지사가 회동, 다리 혹은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키로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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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때까지만 해도 그것은 꿈에 불과했다. 그만큼 가능성이 적었다는 뜻이다. 자금과 기술적인 문제도 그러려니와 경제성도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서다.

하지만 설문대 할망 이후 막연한 꿈으로만 여겨졌던 제주~전남 연륙 사업이 지금 막 가능성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제주~완도 사이 110km 구간을 해저 터널이나 다리로 연결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낭보가 그것이다. 특히 한국도로공사는 “이 사업을 국토의 간선도로망 구축 실행계획에 포함시켜 현재 용역 중이며 타당성 여부가 올 연말까지 나온다”고 국정감사장에서 밝힌 것을 보면 아마도 정부차원에서도 이미 구상 중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제~완(濟~莞) 연륙 공사는 여러 측면에서 생각보다 훨씬 어려울 수도 있다. 제주~추자~보길도~완도에 이르는 먼 거리뿐만 아니라 최대 해저 130m에 달하는 수심에서의 공사, 20조원에 가까운 투자액, 그리고 경제성까지 난제가 첩첩이다.

용역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필요성에 관한한 다른 어느 사업에 뒤지지 않을 줄 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보다도 국토경영을 위해서는 제~완 연륙사업이 훨씬 우위에 선다고 감히 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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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국토해양부-한국도로 공사 등은 제~완 대교 혹은 해저터널의 국가적, 국토적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 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에 있어서의 이 사업은 전설상의 설문대 할망 때나 강성익 후보를 초대 민선 지사로 선출하던 반세기전의 이 사업과는 보석과 잡석의 차이다. 과거의 제주~완도 연륙의 꿈은 오로지 제주민이 제주민만을 위해 꾼 꿈이었지만 오늘의 그것은 전 국민을 위한 전 국토적 경영차원으로 승화된 대 역사(役事)다. 수혜자가 제주-전남 도민만이 아닌, 전 국민이기 때문이다. 아니 전 세계인들이 수혜자가 될 수도 있기에 이 사업은 잡석이 아니라 보석이라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대신 제~완 연륙사업에 집착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해저터널보다는 대교(大橋) 쪽을 택하는 게 좋을 것이다. 다리 개념이 아니라 도시 조성 개념으로 대교를 건설한다면 세계적 명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할 때 경제성도 해결될 것이요, 따라서 민자 유치도 가능할 것이다. 설문대 할망 때의 제주 섬사람의 꿈이 이제 가능성으로 진전 되었으니 앞으로는 온 나라 만인을 위한 실행 사업으로 빛을 발했으면 한다.

김  경  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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