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항소 사건 광주고법 보낼 가능성 높아
원고ㆍ피고 등 막대한 시간적ㆍ경제적 부담 예상

광주고등법원 ‘제주부’가 최근 ‘원외재판부’로 변경됐다.

명칭만 바뀐 게 아니라, 기능도 상당 부분 축소됐다.

종전 제주지부의 형태인 제주부에서는 거의 모든 항소(2심) 사건을 재판해 왔으나, 앞으로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항소사건의 경우 광주고법 본원 재판부에서 재판을 맡는 구조로 변경됐다.

이전에도 일부 항소사건이 광주고법에서 열린 적이 있으나, 피고인이 원할 경우 또는 재판장(제주지방법원장)이 지역내 기관장의 입장에서 재판을 맡기가 곤란한 사건 등만 광주고법에 이관됐었다.

일례로,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돼 광주고법에서 무죄 선고된 김태환 지사 등 공무원 선거개입 혐의 사건 항소심 재판과 올해 제주지법 1심에서 기각 판결된 월간조선 등 상대 4.3유족회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사건 항소심 역시 광주고법 본원 재판부에 넘겨졌다.

그러나 앞으로 이처럼 광주고법으로 이관되는 항소사건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만약, 지금이라도 광주고법이 다수의 항소사건을 광주로 보내달라고 하면 그에 따를 수 밖에 없게 돼 있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도민들이 감수해야 한다.

특히 다른 지방과 멀리 떨어진 섬 지방에 사는 도민들이 사건과 관련돼 광주고법 항소심 재판에 참석할 경우 항공료 등 교통비와 숙박료 부담은 엄청날 것이다.

가령, 2차례 심리와 선고 재판에만 참석한다고 해도 3번 광주 나들이를 해야 한다.

왕복 6회 교통비와 숙박에 따른 무거운 비용 부담과 시간적.정신적 피해는 보나마나다.

대법원은 지난 2월 20일 ‘고등법원 부의 지방법원 소재지에서의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개정, 고등법원장은 사건의 성격, 전문성, 복잡성, 소송물의 가액 등의 사정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대법원장의 허가를 얻어 재판사무 중 일부를 고등법원에서 재판하도록 했다.

따라서 원외재판부로 격하된 제주재판부 재판사무의 범위가 줄어들어 실제 담당할 수 있는 항소사건 재판이 크게 줄어들게 된 것이다.

기존 고등법원 지역 재판부는 광주고법 제주부와 전주부 뿐이다. 제주부는 1995년 3월, 전주부는 2006년 3월 각각 출범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1일 대전지법 청주 원외재판부를 설치한데 이어, 강원, 인천에도 원외재판부의 설치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 주민들이 대전고법과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는데 따른 시간적.경제적.정신적 부담과 제주도민이 떠안는 부담은 비교도 안 된다.

엊그제 국회 법제사법위 의원들이 광주고법 국감에서 종전 고법 지부 형태로의 환원을 강력히 요구한 데에는 이런 문제도 포함돼 있다.

많은 도민과 법조인들 역시 “다른 지역은 몰라도, 제주만은 바뀐 ‘원외재판부’를 종전대로 ‘광주고법 제주부’로 환원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도민들의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문제가 또 다른 제주의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말이어서 대법원의 재검토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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