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경쟁…자본력 한계 극복 못해
요금보다 지역고객 유입전략 필요

국내 첫 저가 항공사인 한성한공이 경영난으로 3년만에 날개를 접으면서 저가항공 시장에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 미국발 금융위기 및 환율상승 등의 여파로 자본력이 약한 저가항공사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성항공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자금조달에 실패해 운항을 중단하게 됐다"며 " M&A를 포함한 자본유치를 통해 빠른 시일 내 운항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성 측의 정상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자금유치가 어려운 데다 향후 자본유치 진행 외에도 경영권을 포함한 회사 매각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항공의 경영난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사 설립과 운영이 어느 개인이나 개인들의 연합체, 혹은 중소기업이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님을 보여 준 사례"라며 "항공사업은 막대한 설립비용과 지속적인 투자비용 등 일정 규모 이상을 갖춰야 하고 유가와 환율급등 등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영난은 한성항공 뿐만 아니라 저가항공사 전체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00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39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남에어는 탑승률 저조로 자금사정이 어려워져 4개 공항에 1027만원을 체납하고 있다.

이는 저가항공사 대부분이 최근 들어 과당경쟁으로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치는 낮은 탑승률로 인해 적자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항공시장은 한성항공이 운항 중단 사태를 맞았지만 저가항공이 내년 초까지 7개사로 늘고 양대 항공사를 포함하면 9개사가 '하늘길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경쟁국면이 이어질 경우 국내 저가항공은 이륙도 하기 전에 불시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시장은 저가항공이 성공한 해외와는 시장 환경이 다를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항공사 선택 방식도 달라 저가를 앞세운 경쟁은 자본력 있는 항공사들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다수 저가항공사가 관광객이 몰리는 김포~제주노선에만 집중할 경우 경쟁이 불가피하고 비수기와 성수기에 따라 수익이 달라 자본이 부실한 항공사들은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수익 전망 앞에 신생항공사들이 너나없이 제주노선에서 출혈 결쟁을 벌인다면 운항중단이라는 벼랑 끝 사태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저가항공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단순 요금경쟁보다 지역 고객을 새로운 수요층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값싼 요금만 내세우는 저가항공에서 벗어나 지방공항을 이용한 지역민들의 수요 창출과 운영효율을 높여 진정한 '저비용 지역항공사'로 발전을 모색해야 안정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의 경우엔 제주도를 기반으로, 에어부산은 부산을 근거로, 코스타항공은 울산을, 이스타항공은 군산을 근거지로 신규항로를 구상 중이어서 지역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도 신규항공사 설립시 자금 조달방법과 향후 지속적인 투자 여력 등을 감안하는 등 보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허가를 내줘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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