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한학성 교수, "유일한 이중언어 사용, 다언어 이행 용이"
관광협회 등 외국어상용화 실천전략 세미나

영어상용화 교육을 모든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되며 적정 인구를 대상으로 영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희대 한학성 교수는 22일 제주도관광협회와 제주대 통역대학원이 마련한 외국어 상용화 실천전략 세미나에서 '제주도 친외국어 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 모색'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한 교수는 "제주도 자체에서 양성할 인력과 외부에서 조달할 인력에 대한 정책적 판단을 근거로 해서, 적정 인구를 대상으로 강화된 영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 정도의 인구를 영어능력자로 자체 양성하는 계획을 세운 후, 중학교 과정에서부터 이들을 선발해 효과적으로 교육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외국어중학교와 국제학교를 설립한다든 지, 혹은 각 학교마다 국제반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 교수는 "이들을 외고, 외대, 통번역대학 등과도 연계시켜 제주도 자체가 외국어 전문가 양성의 메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에서의 영어교육 개혁은 도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제주영어교육도시 같은 계획은 잘못 운영되면 결과적으로 귀족학교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도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친외국어 환경 조성이 모국어 교육의 희생을 가져와서는 안된다"며 "정책당국은 무조건적으로 영어수업시수를 늘리려하기 보다는, 비효율적인 영어교육을 혁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영어교사의 자질문제는 극복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어려운 문제"라며 "제주의 인구규모(56만명)와 영어교사 수(300명 미만)를 감안할 때 정책당국의 의지와 뒷받침만 있으면 문제 해결에 유리해 전국 영어교육 개혁의 진원지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친외국어 환경조성이 제주도 토박이말의 상실을 초래해서도 안된다"고 전제한 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이중언어(토박이말과 표준 한국어) 사용의 전통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어서 그만큼 다언어 사회로의 이행이 쉽다"며 "다언어가 공존하는 공간이 되어야지, 영어가 배타적으로 득세하는 공간이 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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