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중인 아내의 뒷모습이 유난히 작아 보인다. 

 세파 속에 시달리다 보니 위축되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뒷모습 뿐 아니라 마음은 더 위축되었을 것이다.

나는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늘  집안일은 물론 외출 시 내 의상코디(coordination) 까지 아내가 해야 하는 일로 알고 살아왔다.

그러나 아내가 병원에 입원한 몇 달 동안은 불편한대로 병간호와 집안일을 혼자 하면서 머리에 떠오른 것은 ‘개미이론’ 이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개미 집단도 실제로 일하는 개미는 20%정도에 불과 하다는 것이다.

 나머지 80%는 적당히 눈치를 보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고 한다.

 더욱  재미있는 건  이때 가장 부지런한 20%의 개미만을 따로 때어내 새로운 무리를 만들면, 그중에서도 다시 20%만 일을 하고 나머지는 빈둥거린다는 것이다.

 우리의 속담에 ‘일 복 있는 사람은 어딜 가나 일이 터진다.’는 말이  있듯이 주어진 여건과 환경 그리고 성격에 따라 일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 나는 아내 병간호와 함께 집안일을 혼자 한다. 

집 마당에 잔디도 자르고, 검질(잡초제거)도 매고, 밥도 하고, 설거지하고 세탁기 돌려 빨래도 한다.

귀찮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혼자서 잘하고 있다.

 나 이외에 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나는 집안에서는 늘 예외였다. 집에 들어서면 아내를 믿어서 마음껏 게을러졌다.

 나는 집에 있을 때는 계속 80%짜리 개미가 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셈이다.

우리들의 부부(夫婦) 애정도 이 개미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아내를 진한 사랑의 진액을 구축하는 경제학은 20%짜리 개미가 되는 것이다.

이게 부부 애정 경제학 이론이라면 괴변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부부 애정둥지에는 20%짜리 개미가 되는 것이 최선이 방법 같아서 하는 말이다. 

또한 연인들 간의 연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용불용설(用不用說)이라는 고전 이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데이트와 연애를 위한 느낌이나 감각이 80%짜리 개미의 심성으로는 사랑의 정(情)은 이미 어린아이처럼 퇴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 봄부터 소쩍새가 울듯이 끊임없이 상대의 영혼을 위한 레퍼토리를 풍부하게 가지기위한 애착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 키스를 나누기 좋은 여백을 생각해 두는 열정은 20%짜리 개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20%짜리 개미는 감각적으로 잘 훈련되었기 때문에 상대가 무었을 원하는지, 현재의 상태는 어떤지에 대해 안테나를 세우고 분석하면서 사랑을 리드하는 멋쟁이다.

연인관계나 부부관계나 사랑의 농도를 높이는 일은 20%짜리 개미가 주도 하지만, 사랑은 반쪽짜리 슬픈 사랑일 수 있다.

부부사랑은 양쪽이어야 한다.

 부부간의 만남은 기막히게 소중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남편과 아내로 만나기 위해서는 각각 두 사람의 부모가 존재해야 되고, 그 부모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윗대가 있어야하고 ....... 그렇게 해서 태어난 곳이 그 넓은 세계 속에서도  한국, 한국에서도 제주도 땅이고...... 이래서 만난 인연이라면 굳이 수학공식을 들추지 않아도 확률적 계산으로 아주 특별한 것이다.

또한 인생은 한번뿐이다.

한 번뿐인 인생, 한번 맺은 인연을 선연(善緣)으로 하기위해서는 적어도 부부끼리는 자신을 먼저 낮추고, 20%짜리 개미가 되어 상대의 영혼을 위해 시처럼 ,이슬처럼 살아야한다.

우리는 물을 마실 때 어떻게 얼마나 마셔야하는지를 묻지 않는다.

누구나 스스로 조율되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애정도, 삶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눈빛만 봐도 마음까지 안다.

그런데도 우린 아내가 너무 편해서, 너무 익숙해서, 그 보물의 가치를 잊곤 하는지도 모른다.

그 보물은 당신의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당신의 따뜻한 가슴을 기다려 떠나려 하지 않는다. 

 이 떠나지 않는  보물을 더욱 값지게 하는 지름길은 부부 애정경제학 실천이다.

그 것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행복을 생산한다. 경제학 용어로  애정효용(happy utility)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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