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예산치곤 경쟁력 부족… '말싸움' 제외 볼거리 빈약
들불축제 선결과제


올해로 13년째를 맞은 2009 제주 정월대보름들불출제가 지난 14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지만 다른 지방 대표축제와 견줄만한 우수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적잖은 선결과제를 안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인 말싸움 놀이가 제외돼 이색 볼거리가 다소 미흡하고 무질서한 행사장, 주차 교통 혼잡.체증, 다른 지방축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관광객 참여율, 관 주도의 축제 진행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월대보름들불축제는 관광 제주의 대표적인 축제인데다 9억6000만원이란 많은 예산을 들이는 축제임에도 여전히 문화관광축제 4등급에 해당하는 '유망축제'에 머물고 있다.

문화관광체육부는 1995년부터 매년 우수한 지역.전통축제를 선정해 국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한 축제 54개에 50억여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 2년 연속 '유망축제' 그쳐

문화관광축제는 대표, 최우수, 우수, 유망, 예비축제로 나뉜다.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된 보령머드축제와 안동탈춤축제는 8억원씩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최우수축제는 춘천국제마임축제 등 8개, 우수축제는 이천쌀문화축제 등 9개가 선정됐다.

유망축제는 제주정월대보름축제와 서귀포칠십리축제 등 17개, 예비축제는 최남단방어축제 등 21개다.

제주지역 축제 가운데 우수축제는 없고 들불축제 등 3개만이 유망.예비축제로 선정됐다.

충남 8개, 강원 7개, 경북과 전남 각 6개, 경기와 경남 각 5개 등이 지정됐다.

유망축제는 7000만원을 지원받지만, 우수축제는 1억5000만원을 받는다.

들불축제는 우수축제 선정에도 번번히 탈락했다.

2002년 우수축제에 단 한차례 선정됐을 뿐, 2001년 지역육성축제, 2006~2007년 예비축제에 이어 지난해와 올해 유망축제 지정에 그쳤다.

우수축제나 최우수축제로 지정된다면 프로그램 예산 지원이 훨씬 늘어날 뿐만 아니라 한국관광공사를 통한 해외홍보, 마케팅지원, 전문가 컨설팅 등 축제 경쟁력이 더욱 강화된다는 점에서 더 큰 매력을 지닌다.

우수축제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 관광객 참여율 제고, 관 주도 탈피, 외국인 환대서비스 등 국제화, 재정자립도 등이 선행돼야 한다.

■ 관 주도형…관광객 비율 낮아

들불축제는 유망축제 지원금 국비 7000만원을 제외하고 9억여원의 예산 전액을 쏟아붓고 있는 규모에 비하면 다른 지방축제에 비해 기간도 짧고 관광객 참여비율도 적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우수 축제인 김제 지평선축제는 1억5000만원, 우수축제인 강경 젖갈축제와 이천쌀문화축제는 각각 5억원과 4억7500만원의 예산을 쓴다.

제주들불축제는 기업 협찬 없이 관 예산을 전부 쏟아붓기 때문에 재정자립도는 제로에 가깝다.

특히 올해 축제의 경우는 이틀째 행사가 취소되면서 프로그램은 진행되지 않고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제주시 관계자는 "계약 상 천재지변으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더라도 예정된 비용을 지출하도록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사흘 동안의 불꽃쇼 프로그램을 진행한 모 그룹에만 1억2000만원이 지출됐다.

제주시는 관 주도 성격에서 탈피하고자 올해 처음으로 주민, 유관기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축제를 주관토록 하는 등 민관합동이란 성격을 내세우고자 했다.

하지만 지역 특성 상 축제로 인한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고 민간 자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모든 준비와 운영에 공무원 조직을 가동할 수 밖에 없는 관 주도 축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 고질적 교통혼잡과 체중 되풀이

지역축제가 대동소이하다보니 핵심프로그램을 개발해 차별화.특성화.세계화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화관광체육부는 지난 2007년 문화관광축제평가보고서에서 제주 들불축제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불꽃축제로 자리매김될 가능성이 높고 천혜의 자연환경인 '오름'과 정월대보름, 제주의 민속놀이문화인 '말싸움' 등을 관광축제로 잘 승화시켰다"고 호평했다.

호평을 받은 말싸움 프로그램이 지난해부터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부에 의해 중단돼 들불축제의 대표 볼거리가 사라졌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관광객 참여 비율도 여전히 10~20%로 다른 축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크게 낮은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접근성 불편이란 한계를 겪고 있는 가운데 축제 둘째날 강풍으로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돼 올해 축제의 경우 관광객 수가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 행사장 주 관람석 주변의 무질서한 행사차량 주차와 천막 설치로 행사장 경관과 관람객의 시야를 가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행사장에 오름 불놓기 관람석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고질적 문제인 행사장 주변 교통 혼잡과 체증은 올해 역시 되풀이됐다.

이날 저녁 행사가 끝나고 한꺼번에 1만여대의 차량이 빠져나가면서 행사장 주차장에서 평화로에 진입하기 까지 30분~1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문모씨(46.대정읍)는 "모슬포에서 행사장까지 평소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이지만, 축제장에 오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려 오름불놓기 장면을 관람하지 못했다"며 짜증을 냈다.

■ 잦은 기상악화…시기조정 논란

잦은 악기상으로 인한 개최 시기 조정, 장소 순회 개최 등도 검토해야 될 사안이다.

제주 축제와 유사한 화왕산 억새태우기 축제가 화재 참사로 얼룩지면서 들불축제가 안전사고 대책을 강화한 가운데 둘째날 강풍경보가 내려지면서 당일 프로그램이 취소 또는 다음날로 연기되는 등 차질을 빚었다.

기상상황이 좋았던 2007년을 제외하곤 해마다 강풍, 추위, 폭설로 축제의 진행에 차질을 빚거나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기도 했다.

지난해 들불축제 때도 마지막날 강풍으로 오름 불놓기가 일주일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축제일정을 3월 초쯤으로 늦추자는 의견도 있는 반면, 오히려 정월대보름에 맞추거나 앞서 열려야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개최 장소 또한 한때 제주시 동부지역에서 열린 적이 있지만 주차 공간 확보와 교통편 등을 감안하면 현재 평화로변이 최적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규봉 제주시 문화산업국장은 "문화관광부 축제평가위원들이 축제를 관람하고 국내외 교류도시 공연과 외국인 대응 서비스 등 국제화 세계화로 발돋움할 수 있는 축제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며 "우수축제로 선정될 수 있도록 평가를 통해 보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