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법 처리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국회 문방위 산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사실상 파국을 선언했다. 민주당이 법안 수정을 위한 여론조사를 거부하는 한나라당에 반발해 독자적 여론 수렴 절차를 밟기로 하면서 여야는 끝내 제 갈 길을 가게 됐다.

예견된 파국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 정국을 감안, 활동 시한을 당초 15일에서 25일까지로 10일 연장했지만 여야는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민주당 측 위원들은 "위원회 차원에서 미디어 관련 법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하거나 언론사 등이 실시한 기존 15개 여론조사 결과를 위원회의 공식자료로 승인해 입법에 반영하자"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 측 위원들은 "그간 실시한 7차례 지방공청회 결과를 종합하는 것으로 여론 수렴은 충분하다.


별도의 여론조사는 필요 없다"고 맞섰다. 이에 회의는 3시간여 동안 격론과 정회를 반복하다 민주당 측 위원들의 퇴장으로 결론 없이 끝났다.

회의 후 민주당 측 위원들은 문방위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의 무성의한 태도를 질타했다.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국민여론 수렴을 시종일관 방해하고 저지한 행태에 대해 개탄과 유감을 표명한다"며 "국민여론 수렴 없는 미디어 관련 법은 결코 다룰 수 없다. 6월 국회 개회 협상에서도 중대한 변수가 추가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공동위원장을 맡은 강상현 위원은 "한나라당 위원들은 처음부터 국민을 선동한다, 예산이 없다, 조사문항이 이상하다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여론조사를 거부해 왔다"고 했고, 최상재 위원은 "여론 수렴 기구를 법안 강행 처리를 위한 요식절차로 전락시킨 데 대해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여론조사를 빌미로 한 예정된 합의파기 수순"이라며 "우리는 당초 합의에 따라 미디어 관련 법을 문방에서 토론하고 국회법 절차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측 윤석홍 위원은 "야당 위원들이 일방적으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것"이라고 했고, 최홍재 위원은 "우리는 우리대로 25일까지 경과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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