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사고를 일으킨 뒤 상해를 입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사고장소를 떠난 운전자에 대한 면허취소는 가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행정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10일 교통사고 뒤 피해자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해 면허가 취소된 이모씨(53.제주시 연동)가 제주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이를 남용한 위법"이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는 이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점, 사고 후 피해자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은 점, 운송업을 생계로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운전면허 취소처분은 너무 지나치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발생 및 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씨의 위법과 공익침해 정도가 극히 미약하다고 판단되므로 정지처분만 받더라도 경찰의 교통질서확립이라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 1월 13일 제주시 일도동 소재 속칭 '칠성로' 거리에서 서행 중 도로 한쪽에 서있던 석모씨(30)의 왼쪽 발등을 밟고 지나갔으나 석씨가 특별한 제지를 하지 않자 그대로 사고장소를 떠나면서 뺑소니로 몰려 면허가 취소됐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