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 칠레와의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하고 양국간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서 4월 1일부터 본격적인 한.칠레 FTA가 발효되기 시작했다.

146개 WTO 가입국 중 한국과 몽골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이 FTA를 체결했는데, 이로써 우리나라도 FTA 체결국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어 세계화에 뒤떨어졌다는 비난은 면하게 되었다.
한.칠레 FTA협상은 1999년 12월에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제1차 협상을 시작한 이래 서울과 산티아고, 로스엔젤레스, 제네바로 장소를 옮겨가며 수차례에 공식협상을 하였고 장장 4년 5개월이란 기나긴 시간을 소비한 끝에 나온 결과이다.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왜 하필이면 농업강국인 칠레와 첫 번째로 FTA를 할려고 하는가 하는 점과 농업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한 후 FTA체결하라는 두 가지 큰 이유로 인해서 농업분야로부터 강력한 항의와 비난의 소리가 많았었다.

협상과정에서 정부는 이러한 농업계의 반발에 따라 피해를 받게 될 과수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향후 7년간 1조2천억원 규모의 특별기금을 마련하여 피해분야에 지원하는 것을 토대로 한 ‘한.칠레 FTA 이행에 따른 지원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는 한.칠레 FTA를 통해서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무역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점을 국내외로 부각시키고 이 여세를 몰아 싱가포르, 일본, 태국, 멕시코 더 나아가서는 중국과도 FTA를 체결해 나갈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일본과의 FTA는 2005년 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런 추세속에 DDA협상도 올해 안에 끝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개방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물론 3차산업이나 일부 제조업분야에서는 속도가 느리다고 하겠지만 농업분야는 경험하지 못한 속도감으로 불안하기 그지없다.

이런 정세 속에서 제주농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UR협상이 타결되고 95년부터 오렌지 수입이 시작될 때만해도 개방의 피해는 미미할 정도이고, 개방초기에는 오히려 감귤조수입이 6,000억원으로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피해액은 엄청나게 불어나서 조수입만으로 볼때, 감귤 한 작목이 년간 2,50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이 감소하는 피해를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격하락에 따른 생산 포기 및 감축으로 타작목으로 전환하고 이로 인해서 타작목 가격이 하락하는 연쇄작용을 통해서 농가소득이 감소하고 부채가 증가하는 등 제주농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지역산업육성정책에도 농업은 천덕꾸러기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경향이다.

그러나 아무리 국제화, 개방화가 거세더라도 제주농업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산업으로서 총고용인구의 25%와 지역총생산액의 16%를 담당하고 있으며, 관광자원과 환경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소중한 산업이다. 그리고 소비자로부터 깨끗하고 청정한 이미지로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일본에서는 3년 전부터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농업까지도 철저히 분석해 FTA를 대비하고 있고, 최근에는 일본의 한.일 FTA 협상 준비팀 중에서 농업담당자가 제주농업을 살펴보고 갔다는 신문기사도 봤다. 제주농업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FTA협상이든 DDA협상이든 개방화에 불안하거나 겁을 먹기전에 제주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철저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하며 개방화로 피해 본 분야와 피해액수를 꼼꼼히 챙겨서 중앙정부로 하여금 지원도 받아 내야 할 것이다.

제주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강     지     용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