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권-주행권 ‘정면충돌’

人道 헐고 車道 만드는 ‘세무서 4가로’
보행권-주행권 ‘정면충돌’
제주시 8호 광장 ‘도로구조개선’ 공사판

“보행자 공간 가뜩이나 비좁은데 추가잠식 안돼”
“사고예방.교통소통 위해 우회전 전용차선 필요”


29일 낮 제주시 세무서 남쪽 8호 광장.
연삼로와 5.16도로가 교차하는 이곳은 제주시 ‘8대 중요 교차로’ 가운데 한곳으로 하루 8만대의 차량이 쉴 새 없이 통과하는 곳이다.
시민들에게는 8호광장이라는 말보다 흔히 ‘세무서 4가로’라는 표현이 익숙한 교차로다.

이날 이곳 교차로 북서쪽 및 남서쪽 인도블록 대부분이 굴삭기에 의해 뜯겨 나갔다.
인도 불록을 걷어낸 인도 가장자리로 아슬아슬하게 보행자들이 통행할 수 있는 좁은 통로가 마련됐다.
제주시가 ‘교통사고 다발지역’을 대상으로 이른바 ‘도로구조 개선’을 벌이면서 파헤쳐 놓은 공사판이다.

제주시는 이곳 교차로 가장자리 4곳 인도부분을 헐어낸 뒤 이곳에 ‘우회전 전용차로’를 신설하고 있다.
폭 3m 길이 40~50m씩 교차로 가장자리 4곳의 인도블록을 걷어내 이곳에 자동차들을 위한 폭 3m인 우회전 차로를 만들고 있다.
이처럼 이곳에 우회전 전용차로가 신설될 경우 직진 차량들은 회전 차량의 관여를 덜 받은 상태에서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게 된다.

또 직진차량들은 도로 우측에서 끼어드는 차량들과 충돌사고 등의 위험요소도 현저하게 줄어드는 한편 이로 인해 차량 흐름이 빨라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차선이 늘어나는 대신 인도폭은 현재 평균 폭 6.5m에서 3.5m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상대적으로 보행자 공간이 도로신선에 제공되면서 잠식되고 있는 되는 것이다.
차량우선 위주의 교통정책에서 최근 보행자 위주로 교통정책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시가 ‘사고예방’이라는 이유로 보행자 공간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도로행정에 대해 보행자들이 좋아 할리 만무하다.

보행자들은 이 같은 차량위주의 도로개설정책이 이른바 보행자 위주의 ‘녹색교통정책’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행자들은 따라서 우회전 차선을 확보하는 ‘손쉬운 방법’ 대신 ‘제 3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시는 “도로교통 안전협회와 경찰 등 관련기관과 협의를 마친 뒤 사업대상 지역을 결정했다”이라면서 “상대적으로 이곳은 인도 폭이 다른 곳 보다 넓어 우회전 차선을 신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인도 폭이 5m이하인 지역에는 차도 신선을 규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제주시는 교통사고 다발지역에 대한 도로구조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2002년 광양로터리와 인제4가로, 신제주 SK제주지점 앞 교차로, 오라 로터리 등지에 우회전 전용차로 및 ‘인공 교통섬’ 조성사업을 마쳤다.
제주시는 8호광장 등을 포함, 지난해 사업비 28억원을 들여 시내 12개 지역에 대한 도로구조 개선사업을 현재 벌이고 있다.<정흥남 기자 designtimesp=18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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