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보전 후 개발정책의 시험대

MICE산업의 전제조건

 관광산업이 굴뚝(공해)없는 성장산업이라 한다면 회의.이벤트.전시회 등의 사업으로 포괄되는 MICE산업은 여기에 더해 고급관광 고소득 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국가 간 도시 간 MICE 산업 경쟁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MICE산업 경쟁력이 각 국가 간 또는 도시 간 경제성장의 경쟁력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어서다.
 제주 MICE 산업이 본격화 된지는 10년도 아니 된다. 지난 2003년 3월 국제회의전문 시설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개관되면서 본격적 회의·이벤트 산업이 시동을 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0년도 안 된 제주의 회의산업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협회연합(UIA)이 발표한 ‘2010 국제회의 개최순위’에서 제주는 세계27위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단계 상승했다.
 국내 도시 중에서도 서울에 이어 2위를 고수하다가 부산에 밀려 3위로 내려섰지만 제주회의 산업의 성장잠재력은 만만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 그룹의 대체적 시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력도 전제되어야 할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의 이야기다. 그래서 제주의 MICE 산업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제주의 국제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제조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UIA가 발표한 바 2010년 국제회의 개최 국내 순위에서 제주가 부산에 2위를 내 줬다는 것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2위에서 3위로 밀려난 이유를 분석하다보면 제주의 국제회의 산업, 다시 말해 제주 MICE산업의 문제점과 지향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인프라 구축의 문제다. 부산의 대표적 컨벤션 시설인 벡스코의 시설 확충과 주변부의 세계적 초고층 대형 백화점이나 월드비지니스센터 유치는 제주를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다 국제회의 참가자들의 제주접근성 난맥상도 문제다. 국제회의 직항노선의 대대적 개발 등 항공인프라 구축은 제주가 풀어야 할 1순위 숙제일 수밖에 없다. 또 MICE 산업 총괄관리 시스템 구축도 주요 포인트다. 제주 MICE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들인 것이다.

선 보전 후 개발정책의 시험대

 중산간 지역 난개발 방지를 위한 ‘선 보전 후 개발’이라는 도의 개발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가 서귀포시 관내  산록도로 위쪽(북쪽)에 대한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심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심의위는 (주)남양개발이 추진하는 서귀포 관광휴양리조트 개발 사업과 관련, 이 업체가 산록도로 위쪽에 추진하는 높이 7.9m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일반호텔 조성계획은 한라산 등 중산 간 일대의 자연경관을 해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건물배치 계획을 산록도로 밑(남쪽)으로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도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은 당장 산록도로 위쪽에 소재한 롯데 2차 관광지구 개발사업과 서귀포 제2관광단지개발사업 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관을 훼손하거나 파괴할 우려가 있는 중산 간 지대에 새로운 건축구조물이 들어설 수 없도록 한 도의 조치는 타당하다. 제주의 중산 간 지역은 한라산 경관 뿐 아니라 제주의 자연생태계 보전과 제주지하수 생성구조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는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서의 개발행위는 제주전체의 자연경관 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 시킬 뿐이다. 따라서 이번 도시계획위의 산록도로 위쪽 개발행위 제한 결정은 한라산 경관보전과 생태환경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 할 수 있다.
 이번 조치가 ‘선 보전 후 개발’이라는 제주도 개발정책의 확실할 포맷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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