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새 이름이 생겼다. “서귀포시 월평로00길 0"이라는 이름표를 달고서 말이다.
서귀포시 중앙동주민센터에서 새주소 업무를 맡고 있는 나로서는 조금 더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집은 시내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서 가끔 친구들이 우리집에 놀러온다고 할 때마다 위치를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집 지번주소는 “서귀포시 월평동 000-0”이다. 지번 주소만 보고는 도무지 위치를 알 수가 없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주말에 가족들과 치킨을 시켜서 텔레비전을 보곤 한다. 치킨을 주문할 때마다 “이제 도착할 때가 됐는데...”하고 생각이 들 때 쯤 내 휴대폰으로 배달원의 전화가 온다. “죄송한데요, 근처에 온 것 같긴 한데 위치가 어디죠?” 그럴 때마다 나는 짜증 섞인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치킨을 받으러 나가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우리집 새주소로 주문하면서부터 배달원의 재확인 전화 없이도 신속·정확하게 치킨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부터 5월20일까지 방문고지가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내 나름대로 “고지율 100%달성”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우리 동 통장님들과 방문고지를 시작했다. 최대한 많은 주민들에게 직접 새주소 시행을 알리고 도로명주소의 장점을 설명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몇몇 분들은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 사용해왔는데 주소를 왜 바꾸냐고 따지기도 하였고, 새주소 외우기가 어렵다는 등 여러 가지 의견들을 접할 수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새주소를 사용했을 때 장점들을 설명 드렸지만, 아직 시행 전이라 새주소의 장점을 온전히 설명 드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솔직히, 도로명주소를 사용했을 때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반면에 단점 또한 없지 않다. 하반기에 공적장부전환이 시작되겠지만, 건축물대장상 건물은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고 거기에 위치한 토지는 지번주소로 그대로 사용된다고 한다. 또한 토지대장의 토지는 지번주소이며 토지소유자의 주소는 도로명주소로 표기된다.
신도시의 블록과 같은 바둑판식의 체계가 아닌 토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우리나라의 주소체계에 도로명주소라는 새로운 형태의 주소를 대입하기에는 이처럼 몇몇 문제점이 있기는 하다. 이런 점들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지번주소와 도로명주소의 병행사용이 시작되고, 전면시행은 2014년부터이다. 당초에 전면시행은 2012년으로 계획되었으나, 2년 연기되었다. 여기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나는 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 도로명주소 사용이 연기되는 것이 아니라 병행사용 기간이 연장되는 것이며, 이 기간에 나타나는 도로명주소의 문제점들을 최소화하면서 새주소가 좀 더 원활하게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길은 길로 연결된다”는 말이 있다. 도로명주소의 가장 큰 장점은 그런 게 아닌가 생각든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지역이 길과 길로 연결되고 그에 따른 경계도 자연히 허물어지는....
우리나라의 모든 집과 건물에 새 이름표가 자연스럽게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
 

중앙동주민센터 김 정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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