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종합수사 결과 발표···피의자 검찰 송치

‘제주 올레길 40대 여성 살해사건’이 성폭행을 목적으로 한 계획적인 범죄로 드러났다.

제주지방경찰청은 30일 오전 10시30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 강모씨(46)를 살해 및 사체유기,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혐의로 검찰로 구속송치했다.

그동안 강씨는 살해 동기에 대해 “소변을 보고 있는 자신을 피해자가 성추행범으로 오인하고, 신고를 하려는 것 같아 핸드폰을 빼앗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됐다”고 진술했었다.

그러나 지난 28일 있었던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성폭행 관련 질문 3개항목에서 모두 거짓반응이 나오자 강씨는 “성폭행을 하려는 과정에서 반항하자 목졸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또한, 샛길로 앞질러가 눈에 잘 띄지 않는 범행 장소에서 피해자를 미리 기다리고 있던 점, 피해자에게 신체 특정 부위를 보이며 다가선 점, 피해자 시신 발견 당시 상의가 벗겨져 있었다는 점 등도 성폭행 의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강씨가 당초 알려진 3차례가 아닌 4차례나 유기 현장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는 12일 오전 8시50분에 피해자를 목졸라 살해한 후 인근 무밭에 방치했다가 범행 한 시간 뒤인 10시경 지인에게 빌린 차량을 이용해 670m 떨어진 대나무 밭에 사체를 유기했다.

이튿 날인 13일 사체를 더 깊숙한 대나무 밭으로 옮겨 유기했고, 14일 유기 현장을 다시 찾아 암매장했다. 이후 경찰의 수색과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리적 압박을 느낀 나머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19일 현장을 다시 방문해 암매장했던 시신의 일부를 훼손하고, 현장에서 18km 떨어진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입구에 절단된 오른 손과 신발을 올려놓았다.

강씨는 19일 훼손된 신체 일부를 만장굴 입구에 갖다놓기 전,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평소 자주 가는 PC방을 찾아 컴퓨터를 사용한 것처럼 로그인을 한 뒤 빠져나와 신체 일부를 유기한 후 다시 PC방을 찾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나원오 제주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은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비롯해 끈질긴 추궁이 이어지자 피의자가 성폭행을 하려다 피해자가 반항하자 살해하게 됐다고 자백했다”며 “성폭행을 노린 계획적인 범죄였으나 미수에 그쳤고, 성폭행 흔적은 아직까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나 과장은 이어 “만약 올레길 입구에 CCTV가 있었더라면 범인을 신속하게 검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올레길 주요 길목에라도 CCTV를 설치한다면 범죄 예방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살해된 피해자 강씨는 지난 11일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 여행에 나섰고, 다음 날인 12일 성산읍 시흥리 소재 올레 1코스를 걷기 위해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20일에는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신체 일부와 신발이 발견됐고, 23일에는 범인이 검거되면서 성산읍 시흥리 두산봉 인근 대나무 밭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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