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태풍피해 복구 대정 일과리 현장

“저희들 땀 방울로 태풍이 할퀸 상처가 아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태풍 ‘볼라벤’은 그 위력만큼이나 많은 흔적을 남겼다.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는 온통 상처투성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깊은 상처라도 아물면 새살이 돋아나듯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은 생겨난다.

28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에 있는 이정섭씨(35)의 양식장.

이날 양식장에는 정전으로 분초를 다투는 양식 어민들의 지원을 위해 제주방어사령부 장병 80여명이 긴급 투입됐다.

태풍의 직접적 영향이 있었던 지난 27일 밤 9시부터 이씨의 양식장에는 20시간 가량 정전이 됐다. 이로 인해 발전기 가동이 중단됐고, 유속이 느려지면서 모레가 양식장 안으로 유입돼 넙치들이 대량 폐사했다.

이씨는 “태풍의 영향으로 자식같이 키운 넙치들이 하루아침에 죽고 말았다”며 한숨을 내쉰 뒤 “혼자서는 정말 막막했는 데 장병들이 이렇게 와서 도와주니 정말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8월 태풍 무이파가 왔을 때는 지금보다 피해가 더 컸었는데 그때도 장병들이 와서 도와준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장병들은 무더운 양식장 내에서도 폐사 위기에 놓인 넙치를 한 마리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한 쪽에선 폐사물고기를 회수하고, 다른 한쪽에선 수조 안에 있는 모레를 퍼내기 시작했다.

박인배 상병(22)은 “실제로 피해 현장에 와보니까 생각보다 죽은 물고기가 많아 어민들의 시름이 클 것 같다”면서 “태풍 피해로 실의에 빠진 어민들이 하루 빨리 극복하실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대민지원에 처음 나선다는 윤태인 이병(21)은 “사회에 있을 때는 혼자서만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이렇게 부대원들과 같이 작업을 하니 협동심도 생기고 좋은 것 같다”며 “작업량은 많지만 어민들을 생각하니까 힘든지도 모른 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제주에서 훈련을 하던 3공수특전여단 장병 200여 명이 강풍으로 피해를 입은 서귀포시 안덕면과 성산일출봉 일대에서 태풍 피해복구에 나서기도 했다.

장병들은 올레길과 복개 배수로 등지에 흘러내린 토사를 제거하고, 맥없이 쓰러진 나무와 날아가버린 아스팔트 잔해 등을 치웠다.

이승민 중령은 “훈련이 진행 중이지만 태풍피해를 본 주민을 돕는 게 더 급하다고 판단해 대민지원에 나서게 됐다”며 “주민들이 우리의 도움에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제주경찰도 경찰관 및 전·의경 315명을 동원해 7개 지역에서 복구활동에 나서는 등 민·관·군이 하루 종일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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