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   현    춘    식

오월이 연출하는 진초록 풍경화는 우리에게 진한 자연적 감동을 안겨 준다. 그러나 오월은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 사회의 기본인 가정과 학교 구성원들과 관계 깊은 날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이 오월의 의미를 극명하게 상징하는 날들이다. 우리는 오월의 노래를 부르면서 이 날들의 참뜻을 되새겨 오고 있다.

첫 곡절은 ‘어린이 날 노러.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 //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후렴) 낭랑한 목소리들이 귓전에 메아리진다.

해맑은 동심들이 비누방울처럼 날아 오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의 모습들이 선하다. 어린이 날은 아이들의 인격을 소중히 여기고, 이들의 행복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제정한 날.

1920년 어린이 운동의 선구자이신 방정환(方定煥)선생을 중심으로 ‘색동회’가 주동이 되어 기념행사를 치른데서 비롯되었다. 어린이들이야말로 가정과 사회.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끌어갈 새사람들이다. 그러기에 기성세대는 새싹들의 몸과 마음을 귀하게 여겨, 옳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힘써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두 번째 노래는 ‘어버이 날’에 부르는 ‘어머니 은혜’.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 나는 나는 높은게 또 하나 있지 /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 푸른하늘 그 보다도 높은 것 같애 // 넓고 넓은 바다라고 말들 하지만 / 나는 나는 넓은게 또 하나 있지 / 사람되라 이르시는 어머님 은혜 / 푸른바다 그 보다도 넓은 것 같애.

어버이들의 가르친 말씀이 가슴을 울려 온다. 세월의 나이테인 주름살이 가득한 얼굴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버의 날’은 어버이 은혜를 헤아리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노효친(敬老孝親)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고 확산시키기 위한 범국민적 기념일이다. 어른들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섬기는 일 역시 우리에게 부여된 의무이다.

다음 곡목은 ‘스승의 날’에 부르는 ‘스승의 은혜’.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 스승의 마음은 어버이시다 / 아 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 아 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스승의 날’은 우리 민족의 위대한 스승이신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기념하여 5월 15일로 지정하였다.

제자들의 미래를 위해 꿈과 희망과 진리를 가르치시고, 큰 인물을 기르는 일에만 평생을 바치시는 스승님들의 공덕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그래서 옛부터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고 지 않았는가.

오월의 노래에는, 하늘.바다라는 공통된 노랫말이 있다. 푸른하늘 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은 은혜와 존경, 그리고 사랑을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그늘진 곳에 오월의 노래가 쉰 목소리로 흐르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매맞는 아이들, 굶주리는 아이들, 입양가는 어린이들, 소년.소녀 가장과 그 동생들, 아동학대로 얼룩진 어린이 날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부끄럽고 착잡하다.

어디 그 뿐이랴. 양노원 노인들의 애달픈 삶, 부모님께 횡포를 일삼는 불효자들의 있다는 우울한 소식, 아무도 찾는이 없는 독거노인들, ‘빨리 죽어졌으면 좋겠다’는 어른들을 만날때마다 가슴이 미여진다.

 쥐꼬리만한 권력도 돈도 없는 선생님들에 대한 우울한 소식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부패방지위원회가 스승의 날 촌지 수수를 근절한다는 서슬푸른 엄포는 황당해 진다. 선생님들이 촌지나 받아 먹는 존재로 보는 정부의 인식이 이 정도면 더 말해 무엇하랴.

이러한 일들이 오월의 노래를 빛바래게 하고 있다. 오월의 노래가 부활되어야 살맛나는 세상이 펼쳐진다. 일년 내내 오월의 노래를 우리들 마음속 오선지에 걸자. 진정한 마음을 모아 합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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