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호가 만난 제주체육 유망주...국가대표 이지훈(사대부고)

▲ 이지훈 선수. 박민호 기자
한 선수가 수영과 펜싱, 복합(달리기, 사격), 승마 등 5개의 종목을 하루 동안 치러야 하는 근대5종(고등부 4종)은 가장 뛰어난 신체 능력과 정신력이 필요한 종목 중 하나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은 ‘근대5종경기를 하는 사람은 경기에서 승리를 하든 못하든 우수한 만능 스포츠맨’이라고 근대5종의 위대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주위에선 이 종목에 대해 아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도 거의 없다. 제주에 근대 5종 팀이 있는지도 모르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지난 11일 중국 우한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2013 세계근대5종유소년대회에서 제주사대부고 3학년 이지훈이 포함된 한국(고등부) 선수들이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한 것.

지난 20일 오후 애월읍 귀일중학교에서 훈련 중인 이지훈을 만났다.

근대 5종 경기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지훈이는 망설임 없이 “굉장히 멋있는 운동”이라고  대답했다.

지훈이는 “다른 종목과 달리 여러 종목을 할 수 있어 좋다. 각 종목마다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두 번째 출전한 2013 세계유소년선수권. 지훈이는 전웅태(서울체고)․이동기(부산체고) 등과 함께 참가한 이 대회에서 중국(2위), 벨로루시(3위) 등을 누르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훈이는 지난해는 이 대회 12위(복식)를 기록했다.

세계대회 참가 이후 지훈이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지훈이는 “세계선수권 이후 후배들 앞에서 몸가짐도 조심하게 되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전했다.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몸소 느낀 것이다.

대회를 마치고 제주에 온 지훈이는 쉴 틈도 없이 다음 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오는 29일 선수권대회와 10월 전국체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훈이의 국내 랭킹은 2위. 세계대회서 짝을 이뤘던 웅태가 1위다. 이제 이들은 동료가 아닌 적으로 경기장에서 만나야 한다. 중학교시절부터 이어온 ‘라이벌’이기 때문.

‘라이벌’이라고는 하지만 지훈이는 아직 웅태를 넘어서본 적은 없다. 그동안 전용 훈련장이 없어 펜싱 종목에서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귀일중에 펜싱 전용 훈련장이 생기면서 훈련 여건은 많이 나아졌다.

지훈이는 “매번 웅태를 이기지 못했지만 우리는 아주 친한 사이에요. 그래도 경쟁자이기 때문에 꼭 한번은 이겨보고 싶습니다”며 각오를 다졌다.

지훈이는 중학교 1학년(당시 제주서중) 때 제주도체육회 김상희 코치의 눈에 띄어 근대5종에 입문했다. 다니던 학교에 근대5종부가 없어 다음해 귀일중으로 전학,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김 코치는 “어릴 적 수영을 했는데 좀 산만해서 운동을 쉬고 있는 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지훈이를 데려왔다”면서 “종목 전환 이후 집중력도 좋아지고 결국 이렇게 성장했다”고 전했다.

김 코치는 “지훈이는 지도자가 필요 없는 아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성실하고 자기관리에 충실하다는 그녀만의 표현인 것이다.

고교 시절 남은 두 경기 이후 한국체육대학교로 진학 예정인 지훈이의 다음 목표는 올림픽 메달. 고교 졸업 이후부터는 승마(비월) 종목이 추가되기 때문에 훈련은 더 필요하다.

지훈이는 “일단 올해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우선”이라며 “이 운동을 하는 동안 올림픽 무대에 꼭 한번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지훈이는 오늘도 올림픽 무대를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지훈이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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