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호가 만난 제주체육버팀목...제주중 변종현 교장
"아이들 잘 먹여야 한는데 예산 때문에 어려워"

 

▲ 변종현 교장(앞줄 맨 왼쪽)과 이영기 체육부장(앞줄 오른쪽 끝)이 지난해 전도교육감기 육상대회 우승 당시 선수들과 함께 한 모습. <제주중 제공> (변종현 교장은 "자신은 신문에 날 만큼 한 일이 없다"며 사진을 찍겠다는 기자의 요청을 정중하게 사양,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대신했다)
‘관심(關心)’.  

생각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단어다. 하지만 이 단어를 현실에서 만나기 위해선 남들과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를 만들자’는 스포츠 클럽 위주의 정책이 진행되면서 엘리트체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 수많은 운동부가 사라졌고,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게 지금 제주 학교 체육의 현실이다.

하지만 쓰러져가는 제주육상과 학교체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945년 ‘명륜, 창조, 건강’을 교훈으로 개교한 제주중학교(제주아남학원 이사장 의학박사 강영민)가 바로 그곳.

줄어드는 예산, 사람들의 무관심을 이겨내며 오직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자처한 제주중 변종현 교장을 만났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인터뷰)하면 부끄럽다. 그냥 얘기나 하자” 지난 27일 만난 제주중 변종현 교장은 그렇게 손사래를 쳤다.

최근 클럽 위주의 교육정책으로 바뀌면서 엘리트 선수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중은 여전히 운동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제주중은 육상(엘리트 5명, 일반 5명), 축구(30명), 트라이애슬론(1명), 장애인수영(1명)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도내 중학교 중 이처럼 많은 기초․단체 종목을 함께 운영 중인 학교는 사실상 제주중이 유일하다.

전국체전 등 굵직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선 도내 각 학교에서 선수들을 끌어 모아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하고 있는 게 지금 제주체육의 현실이다. 이마저도 선수가 없어 출전하지 못하는 종목이 다반사. 자체 선발전을 거쳐 도대표팀을 선발하는 다른 지역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영기 제주중 체육부장은 “제주만큼 육상과 트라이애슬론을 육성하기 좋은 지역도 드물다”며 “이를 등한시하는 제주의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영기 부장 부임(2002년) 이후 재 창단된 제주중 육상은 지난해 박경재(현재 오현고 1) 제41회 전국소년체전 100m 은메달과 200m 동메달을 수확하며 결실을 맺는다. 당시 박경재의 메달은 제주 소년체전 출전 사상 단거리 육상 첫 메달이었다.

이미 도내 최고 명문으로 자리 잡은 축구부의 경우에는 백호기축구대회 최다 우승(14회)과 최다 연승(17회~23회까지 7회 연속) 등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학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은 한 게 없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변종현 교장의 학교체육 사랑은 남다르다.

매년 선수 학부모와 지도자들이 참가하는 간담회(연2회)를 열어, 그들의 필요한 게 무엇이지를 꼼꼼히 체크한다. 또래보다 일찍 진로를 결정한 아이들을 위한 ‘변종현식’ 사랑법인 것이다.

“나는 체육 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변종현 교장은 “선수들과 학부모, 지도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간담회를 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잘 먹이고 장학금도 많이 주고 싶지만 한정된 예산 때문에 그렇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문제는 제주도교육청이 해결해 줘야 하는데 ‘예산의 한계’,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등의 이유로 어려운 상황.

지난 하계훈련 기간 교육청에서 제주중으로 내려온 예산은 200만원. 제주중은 인원수가 많은 축구부에 150만원을 우선 지원하고, 나머지 50만원은 육상부로 돌렸다.

선수 운동화 사기도 빠듯한 예산이지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나마 트라이애슬론과 장애인수영부는 교육청 예산을 받을 수 없었다. ‘선수가 1명인 운동부에는 지원할 수 없다’는 교육청 방침 때문.

변종현 교장은 “학교 체육 육성은 예산이 뒷밭임 돼야 가능한 것”이라며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체육부로 많은 예산을 편성할 경우 일반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드는 역차별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체육을 시작한 이상 승부와 성적은 숙명이다. 때문에 일부 학교에선 성적을 위해 어린 선수들을 혹사시키는 일이 많다. 때문에 많은 수의 유망주들이 성인무대를 밟지 못하고 자신의 꿈을 접어야 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아직 결과를 기대하기에는 어린 선수들. 제주중은 이들이 좀 더 큰 선수가 되는 데 밑거름 역할을 할 뿐이다.

‘그저 조금 일찍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 아이들에게 그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변종현 교장의 작은 관심이 오늘도 운동장에서 땀 흘리는 어린 선수들에게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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