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아 나선 아이들] 7. 마필관리사 꿈꾸는 강민재 군(서귀포산업과학고 3)

지난 27일 오전, 서귀포산업과학고 교육목장에서 강민재 군이 말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안장패드를 올리기 전, 말에게 냄새를 맡게 하고 있다. 등에 올려질 것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고 알려주는 행위다. 문정임 기자

강민재 군이 부드럽게 말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손을 다리로 가져가자 18개월령 더러브렛(경주마)인 ‘은사시 자마’가 손질이 편하도록 발굽을 들어 올려주고 있다. 문정임 기자

▲말을 만나며 달라진 생활

“자, 알지? 차근차근, 각인(동물을 사람·관리도구와 친하게 만드는 과정)시켜야 해. 입 통해 느낌주고 천천히 천천히!”

지난 27일 오전 서귀포시 토평동의 한 목장. 10여명의 학생들이 말을 초지로 데려가기 전 수장작업(마필관리)을 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이뤄진 것은 발굽관리. 이물질이 끼어있으면 발굽에 염증(답창)이 생길 수 있어 외출 전후 발굽살피기는 필수다. 발굽관리가 끝나면 솔로 뭉친 털을 풀어주고 입에 재갈을 물리고 복대를 묶은 뒤 안장깔개(재킹)·안장패드·안장을 올린다. 말은 예민한 동물인 탓에 가벼운 안장패드 하나 올릴 때에도 말의 입에 패드를 갖다 대 냄새를 맡게 해야 한다. 위험한 것이 아님을 알려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 새로운 블루오션, 마필관리사 

이날 서귀산과고 교육목장에서 수장작업을 하고 있던 학생들 중 오늘의 주인공 강민재 군(3학년)이 끼어 있었다.

민재 군이 부드럽게 말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손을 다리로 가져가자 18개월령 더러브렛(경주마)인 ‘은사시자마’가 발굽을 뒤로 꺾어 손질이 편하도록 들어 올려주었다.

오전 수업을 지켜보는 내내 민재 군은 학생들 중 가장 진지하고 차분해 보였다. 마필담당 강승욱 교사가 민재 군을 뛰어난 학생 중 하나로 꼽는 이유도 같다. “말은 조급한 동물이라 말을 다루는 사람은 침착해야 하거든요. 기본적으로 동물을 좋아해야 하고, 또 생명을 매일 관리하는 일이니 성실 해야겠죠.”

사실 민재 군은 제주제일중 시절 만해도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다. 공부를 싫어했고 못 했다. 만화와 그림을 좋아했지만 이런 건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여줄 수 없었다. 우연히 서귀산과고에 입학해 동물을 좋아하니 해보자했던 공부가 마필관리. 새로운 꿈이 시작됐다.

마필 관리는 민재 군의 침착한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말은 자신의 이름을 갖기 전까지(24개월) 사람과 신뢰를 쌓고 순치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때문에 좋은 마필관리사란, 단순히 동물의 의식주 관리를 돕는 사람이 아니라, 말이 태어나 처음 만나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잘 쌓게 해주고 다음 단계의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기본기를 닦아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흔히들 명마를 만드는 절반이 유전자, 절반이 관리사라는 말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을 만나며 달라진 생활

민재 군은 학교목장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오전 6시 일어나 월~목요일은 학교와 3분 거리의 목장(35만여㎡)에서 실습하고 금요일은 학교에서 마필관리에 필요한 기계 관련 이론수업을 듣는다.

취업을 앞두고는 마음이 바빠졌다. 강 교사의 추천에 따라 오는 5월 부산 마사회 취업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선생님 밑에서의 수업은 4월이 마지막인 셈. 여기에 4월 둘째주 전국 마사회 탐방 및 제주육성목장에서의 현장실습 등을 감안하면 학교 목장에서 배울 날이 많지 않다.

“친구들은 말을 다루는 일이 너무 정적이라 재미없을 것 같다고 하지만 저는 항상 즐거워요. 말의 기분을 읽고 필요한 것들을 해줄 수 있을 때 보람을 느끼고, 명마를 키워낸다는 자부심이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거든요.”

말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자연, 말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한 지역 발전의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서귀포산업과학고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도내 최초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꿈은, 학교생활을 지루하게만 보내던 까까머리 중학생을,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희망 청년으로 변신시켰다.

“많이 배워서 30대에는 아이들이 탈 수 있는 작은 말들을 가지고 ‘포니클럽’을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말이 얼마나 매력적인 동물인지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요. 지금처럼 열심히 배운다면 제가 구상하는 일들이 더 빨리 이뤄질 수 있을 거라고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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