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꿈을 찾아 나선 아이들] 9. 한국뷰티고 오현경 학생

▲꿈이 있어 좋은 건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보이게 되는 손. 악수를 나누고 커피를 집고 무언가를 건넬 때, 손은 어쩔 수 없이 나를 드러나는 '첫 인상'이다.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어느 정도 가꾸는 사람인지 크게는 삶의 여정을, 작게는 기호를 나타낸다. 그래서 손을 가꾸는 직업에 푹 빠진 학생이 있다. 한국뷰티고 토탈뷰티과 3학년 오현경 양(사진)이다.

뷰티에 대한 관심을 단순, 사춘기 여학생들의 흔한 치기나 관심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오 양은 네일을 중심으로 피부, 메이크업, 헤어 등에 전문지식을 쌓아가는 예비 '뷰티 전문가'다.

▲ 남을 가꿔주는 일의 매력

지난 10일 오 양을 만났을 때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손이었다. 운동화에 청바지, 흰색 남방을 입은 수수한 차림에 연보라색 네일이 더해지자 여학생의 청초함이 더 도드라졌다.

"저는 뷰티전문가 과정을 밟고 있지만 일상에서 취미가 '네일'이에요. 손을 깨끗이 정돈하고 그 사람의 피부색과 상태에 가장 어울리는 컬러와 문양을 찾아 작업하면 누군가를 도운 듯 기분이 상쾌하고 가벼워져요(웃음)"

오 양은 제주여중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공부'라는 두 글자로 압축되는 학교생활에서 그닥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이 아니었다. 친구로부터 한국뷰티고(옛 고산관광정보고)가 있다는 말을 듣고 '뷰티'라면 나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길로 접어들었다. 1학년 헤어·피부, 2학년 헤어·피부·네일 수업을 거쳐 3학년인 지금은 헤어·피부·네일에 메이크업이 추가된 과정을 배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한미용사회가 주는 헤어피부 국가기술자격시험과 핸드아트스타일링협회가 주관하는 핸드아트 스타일링 기술자격검정시험에 합격했다. 여기서 배운 실력을 토대로 지난해에 제주도기능경기대회에서 피부미용 부문 2위를 기록했고 올해는 1위를 차지했다. 영국의 아이텍(ITEC)이 주관하는 스파 트리트먼트 부문 자격증도 갖고 있다. 아이텍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은 영국정부기관인 OFQUAL의 승인을 받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공인된다.

오 양이 이렇듯 국외 자격시험에도 욕심을 내는 건 세계적인 뷰티 전문가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졸업을 즈음해 학교에서 주선하는 해외취업을 나가 경력을 쌓고, 20대 중후반에는 영국으로 떠날 계획이다. 늘 동경하던 나라, 영국에 내 숍을 갖는 것. 그리고 일상 틈틈틈이 안개 낀 영국의 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물론 달콤한 커피 한 잔을 마시기까지 손 껍질이 벗겨지는 고생과 고난이 있을 것임은 이미 예상하고 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학교

오 양이 뷰티전문가의 꿈을 품게 된 건 부모의 영향이 크다. 열혈 미용사인 어머니를 보며 긍정적인 '미용인'의 상(像)을 품고 있었고, 저소득층 음식배달 봉사를 다니는 아버지를 통해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삶을 얼마나 충만하게 하는 지 체득했다.

또, 미용과정을 가르치고 매년 방학이면 다양한 업체에 실습을 연결해주는 한국뷰티고(교장 홍순열)의 수업과정과 모든 기회들은 오 양이 점차 현장감있는 미용인으로 성장하는 데 값진 통로가 되고 있다.

▲꿈이 있어 좋은 건

꿈을 찾아가는 동안 오 양에게는 뷰티 외 다른 학교생활에서도 여러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교과과목 석차가 전체 70여명의 동학년 중 1~3등을 벗어나지 않았다. 뷰티와 시각디자인, 인간발달, 컴퓨터 등 가사실업에 관한 교과목은 모두 성취도 A를 획득했다.

기능대회나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는 방과후수업까지 챙겨들으며 저녁 9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오는 강행군이 매번 이어졌지만, 노력과 성취의 기쁨을 알게되자 글짓기와 토론, 봉사 등 수업외적인 부문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받은 상이 스무개가 넘는다.

꿈은 오 양에게 에너지다. 직업을 찾게 했고, 지금 이순간 해야하는 일을 알게 한다.

"제 단점은 힘들면 쉽게 포기하는 편이라는 거에요. 그런데 장점은 그래도 끝까지 한다는 것이죠. 뷰티고에 들어오면서 제 미래를 실질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고, 성취의 기쁨까지 알게 됐어요. 힘들어도 알차고 신나는 하루, 제가 이렇게 변한 건 꿈을 품고 있기 때문인 거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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