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니폼이 가장 더러워져야 한다는 각오로 뛰었다"

(쿠이아바=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신형 진공청소기' 한국영(24·가시와 레이솔)의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가 홍명보호에 귀중한 승점 1점을 가져다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한국영은 2002 한·일 월드컵 때 세계적인 스타들의 발을 묶었던 김남일을 연상케하는 플레이로 고비마다 러시아의 예봉을 막았다.

자신의 첫 월드컵 무대임에도 기죽지 않고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강력하고 정확한 태클로 러시아 선수들을 막아섰다.

러시아 선수들이 기성용을 집중마크하고 나설 때면 적소에 공을 뿌리며 한국 공격의 윤활유 역할까지 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 러시아에게 다소 밀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전반 24분 한국영이 두 차례 연속 태클로 공을 빼앗아 박주영에게 연결하는 등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이어가자 분위기는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다소 지루한 경기에 전반 20분께부터 터져나온 브라질 관중들의 야유 소리도 그의 '허슬 플레이'가 계속되자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한국영은 "경기가 끝날을 때 내 유니폼이 가장 더러워져 있어야 한다는 각오로 오늘 경기를 뛰었다. 진흙으로 유니폼이 범벅이 돼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공을 잘 차는 선수도 아니고 특별히 빠르지도 않으니까 그저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국영은 2012 런던 올림픽 때 예선에서 맹활약해 홍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지만 본선 직전 부상을 입어 최종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오늘 무승부는 동료, 감독님과의 믿음으로 얻어냈다. 오늘처럼 하면 앞으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월드컵에서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싶다는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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