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대참사를 겪은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 축구 대표팀의 선수들이 씁쓸한 퇴장을 앞두고 심기일전과 부활을 다짐했다.

스페인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칠레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0-2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앞서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서 1-5로 대패한 이후 반전을 꿈꾸며 칠레전을 별렀으나 별 효용도 없었던 '티키타카' 패스 축구를 포기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강한 압박, 빠른 역습, 결정적인 한 방으로 무장한 네덜란드와 칠레가 연이어 스페인을 격파하자 세계 축구계를 지배해온 스페인 시대가 저물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그러나 스페인 대표팀 중앙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는 이런 시각에 반대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라모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FIFA.com)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스페인 시대의 끝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지금 우리는 세계와 유럽을 제패했던 때와 같은 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고 이를 잊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자의 초라한 변명처럼 들릴지라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스페인 대표팀은 현재의 선수들을 주축으로 2008 유럽선수권대회(유로)를 시작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 2012 유로를 휩쓸며 일약 세계 최강의 칭호를 얻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스페인의 지배에 굴하지 않고 진화를 거듭해 힘과 체력을 앞세운 축구로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스페인은 '패스를 많이 하면서 높은 점유율만 유지할 뿐 정작 골은 못 넣는 팀'처럼 돼버렸고, 이번 대회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스페인 대표팀의 측면 공격수 페드로 로드리게스(바르셀로나)는 "(이 사태를)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열심히 뛰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페드로는 그러나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 어렵겠지만 긍정적으로 미래를 바라보면서 스페인을 원래 자리인 정상으로 올려놔야 한다"며 '황금시대'의 종말을 거부했다.

라모스와 페드로는 "여기까지 와준 팬들, 고향에서 우리를 따르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서 아무 의미가 없더라도 온 힘을 다해 대회를 마무리할 것"이라며 이미 탈락이 확정된 와중에 치르는 호주전 선전을 다짐했다.

스페인은 칠레전 1-3, 네덜란드전 2-3으로 패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과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여 찬사를 받은 '약체' 호주와 오는 24일 B조 최종전을 치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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