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알제리의 바히드 할릴호지치(보스니아) 감독이 알제리를 사상 최초로 월드컵 축구대회 16강에 올려놓겠다고 다짐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26일(한국시간) 브라질 쿠리치바의 바이샤다 경기장에서 열린 알제리-러시아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16강에 오른다면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리는 잃을 것이 없었지만 이제는 완벽한 경기를 펼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1승1패를 기록해 H조 2위에 올라 있는 알제리는 2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러시아와의 경기를 통해 사상 첫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알제리는 앞서 세 차례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한 번도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을 제물로 1982년 대회 이후 32년 만에 본선 승리를 따내 사기가 한껏 올라 있는 상태다.

알제리는 러시아와 비기기만 해도 한국이 벨기에를 세 골 이상으로 물리치지 않는 한 16강에 오르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

하지만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런 기회는 다시 오기 어렵다"면서도 '비기기 작전'은 구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의 경기처럼 공격적으로 나가겠다"며 "우리는 무승부 경기를 할 실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제리는 18일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무승부를 염두에 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쳐 후반 25분까지 1-0 리드를 지켰지만 이후 연달아 두 골을 내주고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무승부 작전에 성공하려면 풍부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며 "골을 넣도록 선수들의 정신 자세를 가다듬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험으로 따지자면 러시아가 알제리보다 낫다"며 "재능있고 빠른 선수들이 많은데다 유능한 감독인 파비오 카펠로가 지휘한다는 점도 주의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알제리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당시 조별리그에서 2승1패를 하고도 서독과 오스트리아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사실상 '승부 조작'을 하는 바람에 탈락의 비운을 겪은 바 있다.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경기에서 서독이 1-0으로 이기면 서독과 오스트리아가 나란히 2라운드에 진출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그때 알제리 대표팀은 훌륭한 팀이었지만 그 바람에 2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고 회상하며 "내일 32년 전을 계승하는 알제리 대표팀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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