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대결 앞두고 1982 월드컵 악연 떠올려

알제리와 독일 축구 대표팀이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전을 앞두고 32년 전의 악연으로 설전을 벌였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대표팀 감독은 독일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독일과 해결할 월드컵의 기억이 있다"고 29일(이하 한국시간) 말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말하는 기억은 1982 스페인 월드컵 조별리그에 대한 것이다.

    조별리그 최종전 두 경기가 각기 다른 시간에 치러지던 당시 알제리는 처음 출전한 월드컵 본선에서 서독, 오스트리아, 칠레와 같은 조에 속해 서독을 2-1로 꺾는 등 선전했다.

    칠레가 3패로 탈락이 확정된 가운데 알제리는 2승1패, 골 득실 0을 기록하고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최종전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두 팀이 승부조작에 가까운 졸전을 벌여 서독이 1-0으로 승리하면서 세 팀이 나란히 2승1패가 됐고, 알제리는 골 득실에서 앞선 서독(+3)과 오스트리아(+2)가 2라운드에 진출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서독-오스트리아의 최종전은 지금도 '수치의 경기'(the game of shame)로 불리고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날 "우리는 이를 잊지 않았다. 모두가 1982년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범상치 않은 경기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알제리가 옛 기억을 들춰내 칼을 가는 것을 껄끄러워했다.

    뢰브 감독은 "왜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선수들이 복수를 원하는 건가. 이해할 수 없다"며 애써 과거를 외면했다.

    볼프강 니어스바흐 독일축구협회 회장도 "수십 년이 지나 복수니 보복이니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변했다.

    뢰브 감독은 1982년을 길게 언급하는 대신 "쉬운 상대가 독일을 기다린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실수"라면서 "알제리는 조밀하고 열심히 뛰면서 공격적인 팀"이라며 알제리를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회견을 마무리했다.

    32년 전 조별리그 통과를 걸고 대결했던 독일과 알제리는 내달 1일 8강 진출을 놓고 조작의 여지가 없는 단판 승부를 치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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