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매일 보듬기 프로젝트 시즌 1. 작지만 행복한 우리학교 이야기] 프롤로그
제주매일 지면 개선 시리즈 4 기획 ‘작지만 행복한 우리학교 이야기’ 아이들은 축복입니다.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입니다. 아이들은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우리’를 배우고 미래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큰 학교에 있든, 작은 학교에 있든 모두가 소중합니다. |
▲가을
부쩍 높아진 하늘을 보면 만국기가 휘날리던 초등학교 운동회 날이 생각난다. 경기를 앞두고 하얀 선이 그려진 운동장에 들어서면 팡팡 울리는 행진곡 음악이 오늘이 운동회 날임을 상기시켜주곤 했다. 달리기 출발선에서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땅' 총소리가 나고, 엄마 아빠 할머니의 '우리 새끼 잘한다'는 열띤 응원을 받으며 그때 열살의 우리는 결승선을 향해 뛰고 또 뛰었다.
가을운동회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던 시절, 마을의 축제였다. 운동회날 아침이면 철물점 할아버지와 슈퍼집 아줌마, 뒷집 할머니까지 주민이라면 누구랄 것도 없이 운동장을 찾아 아이들을 응원했다.
초등학교는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시의 몇몇 장면은 가슴 깊이 남아 누군가를 평생 그리워하게 하거나 어떤 사람이 되겠다고 하는 강한 동기를 심어준다. 학교 친구는 곧 동네친구였고 여덟살, 어리버리했던 우리들은 세상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사춘기에 접어들어가기 전까지 호기심과 고민, 우정, 사랑, 동경 등 당시 우리가 인지하고 있던 세상의 모든 것을 함께 나누었다.
그래서 초등학교라는 네 글자는 고향이면서 동네이고 모교이자 곧 우리의 정체성이었다.
고향·추억의 상징 '초등학교' 세태 변화따라 부침도 겪지만 학교안에는 오늘도 아이들의 웃음과 교사들의 자부심이 가득 |
▲ 변화의 기로에서
초등학교가 흔들리고 있다. 젊은 부부들이 떠난 마을에서는 어김없이 학교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제주도의 인구는 매년 늘어 지난해 8월 60만명을 넘어섰지만 젊은 자녀를 둔 도민들의 선호 주거지가 몇몇 곳으로 쏠리면서 일부 학교는 도심과 읍면을 가를 것 없이 매년 입학생 수를 손가락으로 세는 상황에 이르렀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학교에서는 지금 제주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오랜 역사와 학생 수를 자랑하던 제주북초와 광양초는 주거지가 연동과 아라동, 이도동으로 분산·이동하면서 대표적인 공동화 학교가 됐다. 일도초와 한천초도 비슷한 이유로 매년 입학생 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광령초는 차로 10여분 거리에 택지개발이 이뤄지면서 신설 중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하는 전학생들의 증가로 학생 수가 급감했다.
반면 읍면지역에 위치했지만 점차 학생 수가 느는 학교들도 있다. 제주시의 경우 애월·한림, 서귀포시의 경우 대정 일대가 그렇다. 최근 10년새 급격히 늘어난 육지 이주민들과 귀촌 및 작은 학교를 선호하는 세태 덕분이다. 제주형 자율학교에 선정되며 특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거나 장전초 등의 경우처럼 이주민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위치한 학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 작은 학교 비추기
기획 '작지만 행복한 우리학교 이야기'는 이러한 지역의 변화 속에서 지금 잠시 그 위용이 주춤하지만 여전히 그 안에 오랜 역사와 추억을 간직한 학교들을 찾아간다.
그래서 이 기획은 딱딱한 연혁이나 역사 소개에 머물기 보다, 오늘 학교 현장의 표정과 아이들의 이야기, 교사들의 자부심과 기쁨을 담는데 초점을 둘 계획이다. 기획은 격주 화요일 독자들을 찾아간다.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