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①제주는 콩짜개덩굴의 천국

▲ 흔히 콩짜개란으로 오해 받는 꽁짜개 덩굴은 고사리의 한 종류로, 꽃이 없고 대신 잎 뒤나 별도의 잎에 포자낭군을 가지고 있다.

콩짜개덩굴(Lemmaphyllum microphyllum C.Presl)은 흔히 ‘콩난’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실제 콩난인 콩짜개란(Bulbophyllum drymoglossum maxim)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 두 종류는 유사한 장소에서 자랄 뿐만아니라 동그랗고 두툼한 잎의 모양, 바위나 나무에 붙어 자라는 모습까지 매우 흡사해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콩짜개덩굴은 사실상 고사리의 한 종류이고, 콩짜개란은 난과식물의 한 종류이다. 난은 아름다운 난꽃이 피고, 고사리 종류는 꽃이 없고 대신 잎 뒤나 별도의 잎에 포자낭군(胞子囊群, 포자주머니무리)을 가지고 있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콩짜개덩굴을 난으로 알고 꽃이 필 때까지 많은 시간을 인내하고 정성을 쏟았다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콩짜개란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허가나 특별한 목적 없이는 보유할 수 없다. 또한 제주지역과 남해안 일부 섬에만 자라며, 자생지도 몇 곳만이 남아 있어 매우 제한된 지역에만 자라는 희귀식물이다.

콩짜개덩굴이 이런 오해 속에서도 난으로 둔갑해 대접을 받는 이유는 동글동글한 잎, 나무나 바위에 붙어 있는 자라는 모습이 귀엽고 앙증맞아서 모양 잡힌 돌과 함께 집 안팎에 관상용으로 소장하기에 제격인 식물이라서 그런 것 같다. 콩짜개덩굴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저절로 집 담이나 정원 돌에 생겨 왕성하게 자라기도 하며, 정원수에 붙어 들어와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어 작지만 생기 넘치는 모습과 돌이든 나무든 쉽게 어우러져 자라는 모습이 안정감을 주며, 작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기에도 충분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사리 종류는 전체의 모습이 2형(形)인 경우가 많다. 꽃이 피는 식물에서는 볼 수 없는 포자낭군이 잎 뒷면에 붙어 있을 때는 다소 축소된 모습을 보여 본래의 그렇지 않을 때와 크기나 모양에 차이를 보이게 된다.

신기하게 콩짜개덩굴도 두 종류의 잎이 있다. 하나는 영양을 담당하는 동그란 잎인 나엽(裸葉)이며, 또 하나는 포자낭군을 품고 있는 길쭉한 잎으로 실엽(實葉)이 있다. 애벌레로 오해를 할 수 있는 실엽은 잎 뒷면에 노란색 포자주머니들을 넘칠 정도로 품고 있다.

잎 몸에 넘칠 정도의 노란색 포자낭군을 품은 실엽은 세상을 향해 꼿꼿하게 서서 후손들을 퍼트리기 위한 준비로 그 존재감을 알리게 된다. 이런 콩짜개덩굴의 나엽과 실엽의 존재는 기본적으로 콩짜개란 과는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점이며, 한 가지를 더한다면 콩짜개덩굴의 뿌리는 굵은 근경과 잔뿌리가 있는 반면에 콩짜개란은 굵은 뿌리만 있는 것이 그 차이라 할 수 있다.

돈네코나 안덕계곡같은 하천주변이나 무릉, 저지 등 올레코스가 연결된 곶자왈 지역을 다니다 보면 바위 겉이나 나무의 수간을 따라 콩짜개덩굴이 자라는 모습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밋밋한 바위를 빼곡하게 덮고 있는 모습을 보면 바위에 생명을 불어 넣는듯 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식물임이 분명하다.

이런 콩짜개덩굴의 한여름 두툼한 잎을 손으로 만져보면 작은 다육식물과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반질반질하고 통통한 잎은 힘주어 누르면 금방이라도 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이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적절하고 꾸준한 습도가 필요하며, 실내에서도 습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수반(水盤)같은 화분에 키우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콩짜개덩굴의 한겨울 잎은 너무나 다르다. 여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데, 만약에 손으로 만져본다면 종잇장처럼 얇다는 느낌이 바로 전해질 것이다. 신기할 정도로 얇아진 모습은 가여울 정도이지만 매서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방법이다. 만약 두툼한 잎몸(葉身) 상태로 겨울을 난다면 잎 속의 수분이 모두 얼어서 터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할 정도의 변신은 곧 겨울을 나기 위한 오랜 세월에 걸쳐 터득한 생육방식인데,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 변신의 규모가 놀라울 따름이다.

식물이 계절변화에 적응하고 대처하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콩짜개덩굴만큼 놀라운 변신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작지만 악착같은 콩짜개덩굴의 냉철한 준비와 변모에 우리도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더 꼼꼼하고 철저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콩짜개덩굴은 제주도와 남해안 도서지역 및 울릉도까지 분포하지만 내륙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식물이다. 국외로는 일본과 중국, 대만 등지에 분포하며, 유사한 종류로는 기본종보다 잎이 긴 타원형인 긴콩짜개덩굴이 제주도와 남해 도서지역에 자라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