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행복한 우리학교 이야기] 3. 신창초등학교
자연연못이 많은 한경 두모리에 위치
산림청도 인정한 '학교 숲'에서 꿈이 '쑥쑥'
보건·영양교사가 건강 지키는 든든한 학교

 

신창초등학교는 교내에 역사관을 설치, 앞서 통합한 조수초등학교와 판포초등학교 등의 역사를 일반에 내보이고 있다.

 

 

영어학원에서 할로윈데이에 쓸 망토를 만드는 일도 좋지만, 마을의 풍광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향토문화의 가치를 이해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처럼 고마운 일이 어디있을까.

이 곳 친구들이라면 가능할 지 모르겠다.

학교 근거리에 위치한 오름과 곶자왈, 바다와 자연연못에서 꽃과 풀의 이름을 배우고, 감자나 브로콜리·콜라비·백년초 등 마을의 특산물을 찾아 홍보 동영상을 만들며 내 고장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는 아이들이니 말이다.

여기에, 산림청에서 인정한 멋진 학교숲과, 2만4000여㎡에 달하는 넉넉한 교지, 다른 학교에서는 한 명도 만나기 힘들다는 영양교사와 보건교사가 든든하게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 향나무가 굽이굽이, 산림청도 인정한 아름다운 학교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42km 가량 떨어진 한경면 두모리에 위치한 신창초등학교(교장 박종익)는 향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학교 숲'이 유명하다.

교지 한 켠에 교사(校舍)의 면적만큼 널찍하게 자리한 학교숲은 '애육동산'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이 곳에는 학교의 교목이기도 한 향나무가 지나온 시간을 반증하듯 굽이굽이 정갈하게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학교는 다니기 좋게 숲을 단장하고 향나무 외에 다양한 식물을 심어 학생들에게 휴식처이자 다양한 체험의 공간으로 활용되도록 배려했다.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청명한 공기가 이 곳 학교숲에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는 아이들에게 맑은 산소를 선물한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 산림청은 2012년 이 곳을 아름다운 학교로 지정하고 '아름다운 숲 공존상'을 수여했다.

여기에 애육동산 안에 돌을 둥그렇게 쌓아 만든 씨름장은 매년 체육대회때마다 주민과 학생들이 민속경기인 씨름을 통해 교우하는 소중한 친목 공간이다.  

 

신창초 박종익 교장

▲ 자연과 문화, 건강한 학교의 두 가지 조건



한림을 지나 한경 초입에 자리한 두모리(頭毛里)는 도처에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 사람과 우마의 식수원이었던 멋물 쌈지공원과, 17개의 계단을 오르면 한경 앞바다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두모연대, 구불구불 이어지는 신창~차귀 해안도로는 살아있는 청정 제주환경 그 자체다.

이 곳에서는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아이들의 체험학습 장소가 된다. 가까이 낙천리에는 의자마을이 있고, 조수 생태체험마을에서는 화분을 만들거나 고구마를 캐며 농부가 되어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장전리 한라생태체험학교에서 궷물오름을 오르며 다양한 습지생물을 관찰했다. 한림 귀덕리 해녀학교에서는 일일 해녀가 되어보기도 했다.

대다수가 어부나 농부의 자녀들인 이 곳 아이들에게는 한경의 특산물이 백년초·마늘·감자·콜라비라는 것 정도는 지식 축에도 끼지 못한다. 이런 아이들의 경험은 '내고장알리기 UCC'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 모두가 아이들의 든든한 수호천사

학교에 들어서면 정문 위에 달린 솟대와 장승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해 하고 있던 찰나, 옆을 지나던 한 학생이 스쿨버스를 가르키며 "운전원 선생님이 직접 만들어 세웠다"고 귀띔해준다.

솟대는 오래전 음력 정월 대보름에 동제(洞祭)를 올릴 때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농을 위해 세우던 형상물이다. 우리 역사와 문화의 한 단면을 이해하는 전통문화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도 하는 이 솟대는 신창초등학교의 교육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학교 운전원 문태정씨가 만들어 기증했다.
학교 앞 장승은 산림청으로부터 '아름다운 숲 공존상'을 받으며 함께 받은 시상금으로 세웠다. 장승은 잡귀와 질병으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신(守護神)의 성격이 강하다. 이 역시 학생들의 건강과 마을의 풍요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든든한 지원군, 영양교사와 보건교사가 있다. 보건교사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제주지역 110여개의 초교 중 보건교사가 있는 곳은 30여개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일찍 성(性)에 눈을 뜨고 담배와 술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며, 안전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사회의 현실을 감안할 때 보건교사들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영양교사는 매일 점심 균형잡힌 식단과 영양 교육으로 아이들에게 바른 식생활을 가르친다. 주로 식단을 짜는 사람이 영양사라면 영양교사는 아이들에게 영양과 관련된 정식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이들은 단순 급식 외에 다양한 건강관련 지식을 제공받으며 보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신창초는 올해 낙농진흥회와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가 함께 선정하는 '우유급식 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양한 배움

80명이 재학하는 신창초등학교는 2013년부터 2년간 제주형 자율학교로 지정, 운영되고 있다. 신창초가 추구하는 자율학교의 스타일은 다양한 배움을 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이다.

학생들은 교과시간을 통해 독서논술과 타악기, 조소공예, 유도, 생활영어, 중국어를 배우고, 특성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줄넘기, 타자, 봉사, 영어를 숙지하고 있다. 특히 특성화 프로그램은 학생 개인별 도전 관리카드를 만들어 네가지 분야 모두 일정 기준을 충족했을 때 인증서를 발급, 분기별로 시상하고 있다. 여기에는 초등학생들은 한 가지에 몰입하기보다 운동과 언어, 컴퓨터 기술, 인성 교육 등 모든 분야를 고루 체득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믿는 박종익 교장의 지론이 반영됐다.

▲즐거운 하루
신창초에는 매일 아침 신창·두모·한원·조수·낙천·용당·판포·금등리 8개 마을에서 아이들이 모여든다. 1935년 세워진 신창초는 내년이면 여든이 된다. 아이들은 자신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쩌면 그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녔을 지 모를 마을의 오랜 장승같은 학교에서 오늘도 한글을 익히고 애국가를 부르고 유도로 몸을 단련하며 이 나라의 희망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할머니의 굽은 등을 닮은 향나무가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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