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제주도 공기업의 현주소-(4)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이하 ICC JeJu)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활용, 동북아 최고의 국제회의시설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출발했다. 계획 초기 도민주 공모를 통해 2000년 8월에 완공을 목표로 이듬해 대대적인 착공식을 거행했지만 IMF 등으로 그해 9월 26일 공사가 잠정 중단되고,  설계변경 등으로 회의장 규모가 줄어드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2003년 3월 공식 개관했다.

ICC JeJu의 자본금 1666억100만원으로 제주도가 57.02%(950억원), 한국관광공사가 17.42%(290억2600만원)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민간주 공모를 통해425억7500만원(24.94%)이 모집됐다. 이 중 개인주(해외 5억5300만원, 국내 70억7400만원)는 76억2700만원(4.58%)이고, 대우건설·조선해양, 부영주택 등이 보유한 법인주가 349억4800만원(20.98%) 이다.

ICC JeJu 개관 이면에는 재외 동포를 비롯한 국내외 도민 3841명의 정성이 담겨 있다. IMF 등으로 어려운 시기였지만 센터의 성공을 기원하며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 ICC JeJu의 주식을 사들였다.

▲ ▲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전경. 멀쩡한 겉모습과 달리 내부적으론 만성 적자와 직원 비위 등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매출 늘어 외형은 성장

ICC JeJu 그동안 세계자연보전총회(WCC) 등 국내외 회의 2300여건을 유치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협회연합(UIA)이 발표한 국제회의도시 순위는 2009년 29위(61건), 2010년 27위(67건), 2011년 26위(68건), 2012년 22위(78건), 2013년 19위(82건) 등으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이 기간 아시아에서는 10위권을 유지했고, 지난해에는 7위에 올랐다.

외형적 성장에 따라 매출액도 늘어났다. 2009년 69억원이던 매출액은 2010년 68억원, 2011년 73억원, 2012년 128억원, 2013년 100억원 등으로 늘었다. 올해의 경우 지난 9월까지 매출은 72억원으로 나타났다.

▲비정상적인 수익구조 적자 허덕

하지만 올해로 개관 11년째를 맞은 ICC JeJu는 매년 ‘적자’에 허덕이면서 이들에게 단 1원의 배당금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성장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에 비례해 매출원가도 함께 증가하는 비정상적인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기순손실(감가상각비 포함) 내역을 살펴보면 2009년 23억원, 2010년 40억원, 2011년 36억원, 2012년 15억원, 2013년 23억원, 올해 14억원 등이다. 

개관 직후부터 적자경영이 계속되면서 ICC JeJu의 누적적자는 280억원이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개선도 시급

비정상적인 조직문제도 한몫을 하고 있다.

ICC JeJu의 직원은 모두 47명. 이중 정규직은 36명이다. 문제는 과장급 이상 관리직(전무이사 1명, 팀장 5명, 소장 1명, 과장 11명)이 18명이고, 실무직(대리 8명, 사원 10명)이 18명이다. 사내에서 성과를 도출해야하는 피라미드형 구조가 아닌 사실상 역피라미드형 조직 구조가 ICC JeJu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직원들의 저지른 각종 비위 행위도 적발됐다.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 지난 2일 ICC JeJu에 대한 재무감사를 실시, 관련법규 및 규정에 맞지 않게 업무를 처리한 22건을 적발했다.

감사위에 따르면 임원 A씨는 지난해 7월 개최가 취소된 ‘2015 국제용장 IDA연회’ 행사 유치를 목적으로 8월 12일부터 16일까지 말레이시아 출장을 다녀왔으며, 출장 여비 및 기념품 구입비 명목으로 96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ICC JeJu는 법인신용카드 사용이 제한된 업체에서 27회에 걸쳐 383만원을 사용하고 상품권 구입 및 사용 지침과 회계 규정 제·개정 등 회계 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지원

ICC JeJu의 적자보전에 매년 20억원 내외의 협세가 투입되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12년 제주도는 세계자연보전총회를 앞두고 친환경 개선사업, 보조사업 및 대행사업 등의 명목으로 148억1500만원을 지원됐고, 2013년에는 14억9200만원, 올해도 19억7500만원의  지원됐다. 매년 ICC JeJu 전체운영예산의 10%를 상회하는 금액이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되고 있는 것이다.

ICC JeJu는 올해 매출 108억원, 운영수지 8억원 흑자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직영 및 부대사업 활성화를 위해 식음사업 35억5000만원, 매장 임대수익사업 32억2300만원 등은 지난 9월까지 식음 매출은 22억5000만원(69%), 임대 및 부대사업 매출은 20억1100만원(62%)에 그치고 있다.

PCO(국제회의 기획 운영)사업의 경우도 23억2000만원의 매출목표 세웠지만 지난 9월까지 10억7900만원(47%)에 그쳤다.


▲손 사장 예정자 임명 여부 주목

제주도 출자·산하기관은 선거 이후 자리를 나눠주는 이른바 ‘보은인사’로 매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되곤 한다. 공직자, 교수, 전문 경영인 등이 거쳐 갔던 역대 ICC JeJu 대표이사 사장 역시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가 최근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영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사실상 ‘부적격’ 판단이 내려진 손정미(49)사장 예정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ICC JeJu가 여론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제주에 연고(인맥)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손 예정자가 ICC JeJu 사장 공모 심사(서류)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면접이후 최종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코드인사’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민들의 기대와 달리 매년 적자가 누적되면서 신뢰를 잃고 침몰중인 ICC JeJu호의 새로운 선장이 어떻게 난관을 극복해 나갈지 도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