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도 헐값에 팔아"…양배추 산지폐기 농가 '한숨만'

▲ 과잉 생산된 제주산 겨울 양배추의 가격 하락 우려에 따른 생산량 조절을 위해 9일 트랙터가 동원돼 제주시 애월읍 이정숙씨 양배추밭을 갈아엎고 있다.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었다.”

9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위치한 이정숙(65·여)씨의 양배추 밭. 2574㎡(780평)인 이 밭에는 양배추가 가득 심어져 있었다.

이씨는 곧 폐기될 자신의 양배추를 보며 한숨만 푹푹 쉬었다. 이씨는 올해 양배추 과잉생산으로 가격 하락이 우려됨에 따라 산지폐기 하기로 결정했다.

이씨가 밭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트랙터가 밭으로 진입했다. 30분도 채 되지 않아 밭에 있는 양배추를 모두 갈아 엎었다. 이씨가 3개월여 동안 고생해 재배한 양배추는 모두 사라지고 빈 밭이 됐다.

이씨는 “지난해도 산지폐기를 안하고 버텼지만 결국 양배추를 헐값에 넘겼다”며 “차라리 잘됐다”고 말하면서도 아쉬운 듯 고개를 떨궜다.

이씨는 이어 “월동작물 신고를 못해 폐기보상금을 남들보다 못받았다”며 “빨리 기운 차리고 여름작물 준비를 해야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제주도와 농협제주지역본부는 지난달 14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양배추 시장격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과잉 출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배추의 수급 조절로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사업비 22억5000만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도내 양배추 농가 300㏊를 대상으로 하며, 현재 26㏊(9%)에 대한 시장격리가 완료됐다.

산지폐기를 보상금은 행정에 월동작물을 신고한 농가는 3.3㎡당 2500원, 신고를 하지 않은 농가는 2000원이다.

인근 농가에서 양배추를 재배하는 진중부(56)씨는 “다른 농가가 산지폐기 하면 가격이 올라갈까 기대하며 작물을 방치하는 농가도 종종 보인다”며 “해도 손해고 안해도 손해인 산지폐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좀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수급안정품목에 들어가야 하는데, 농협 차원에서 10년째 국회에 요청을 하고 있다”며 “정부수급안정품목에 들어갈 경우 정부차원에서 예산을 지원해 수급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매일 윤승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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