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제주남초등학교
창의력 개발·아이들 건강 챙기며 제2의 부흥 준비
교실 신·증축, 체육관 건립 쾌적한 수업환경 조성

구도심 쇠퇴와 더불어 대표적 도심 공동화 학교로 변모해 간 제주남초등학교(교장 김재필)가 창의력 개발과 아이들 건강에 욕심을 내며 의미있는 재도약을 시작했다.

한 때 48학급 2700명에 달했던 학생 수는 208명으로 급감하며 매년 신입생 수를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지만 제주남초는 지금, 대대적인 시설 정비와 매력적인교육 프로그램으로 21세기형 ‘대(大) 남초’의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 발명반 동아리 학생들이 지난 11일 수업에서 만든 풍력발전기를 들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문정임 기자 (1)

전교생이 발명수업 ‘제주 유일’

“자, 이거 어디선가 본 적이 있죠?”

“네, 바닷가요!” “바람 많이 부는 곳!”

“그래요, 풍력 발전기예요. 제주 동쪽 해안가에서 주로 볼 수 있어요. 풍력 발전기는 날개, 변속장치, 발전기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바람이 불어 풍력 발전기가 회전을 하면 날개에서 회전력을 변속장치를 통해 에너지화하게 되죠. 오늘 이 시간에는 풍력 발전기를 만들어 볼 거예요.모두 준비됐죠?”

지난 11일 오후 제주남초 발명공작실에서는 발명동아리 수업이 한창이었다. 발명수업을 담당하는 문채호 교사는 만들기에 앞서 풍력 발전기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었다.

5~6학년 16명으로 구성된 발명동아리반 학생들은 받침대에 기둥을 끼우고, 날개와 헤드·풀리를 샤프트에 조립하며 풍력 발전기를 조심조심 완성해갔다. 잠시후, 서 환성이 터져나왔다.

“와, 나온다, 선생님, 빛이 나와요!” “저도요!”

“잘했어요. 이번에는 입으로 바람의 세기를 달리 불어보세요. LED판의 빛의 밝기가 바람의 강도에 따라 달라질 거예요. 신기하죠? 바람만 불면 에너지가 생긴다는 게 무척 즐겁지 않나요?”

‘창의력’ 교과서로만 키울 수 없다

제주남초는 지난 2002년 제주시교육지원청 발명교육센터로 지정되며 지금까지 12년째 발명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도내에서 발명영재교육이 이뤄지는 곳은 초·중·고를 모두 합쳐 5곳. 이 가운데제주남초는 제주시 관내 초등생들의 발명영재 교육을 도맡고 있다.

그러던 중 재학생들에게도 발명수업을 가르치자는 교사들이 의견이 모아지면서 제주남초에서는 2005년 3학년 이상 학생에 이어 2008년부터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주1회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이용한 발명수업과 5~6학년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한 발명과학동아리 수업을 운영하고있다. 발명영재수업이 이뤄지는 도내 학교들 중 전교생을 대상으로 발명수업을 진행하는 곳은 제주남초가 유일하다.

발명수업은 공작(工作) 형태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이날의 풍력 발전기처럼, 간단하면서도 원리가 눈에 보이는 기구를직접 만든다. 원리를 알면 자기만의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지는 셈이다. 발명수업을 통해 ‘발명’의 기쁨을 맛 본 학생들 중 일부는 일정한 심사를 거쳐 발명영재학급에 참여할 수 있다.

발명영재학급 학생들은 ‘물을 흘리지 않는 일회용 물컵’ ‘자전거에 붙이는 우산 꽂이대’ ‘뚜껑이 고정되는 컵라면’ 등 일상생활의 불편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를 고안해자신만의 발명품을 만들고 대회에도 참가한다.

학생들은 발명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작품 제작 동기와 기존에 개발된 제품이 있는 지의 여부 검색, 작품의 원리, 개선 방향 점검 및 기대효과 전망 등 체계화된 사고의 순서를 거치며 창의력과 함께 논리적 사고력를 배양한다.

이들은 대한민국학생창의력챔피언대회금상, 전국학생통계활용대회 금·은상,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 동상·장려상등 전국 단위 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계속해 거두고 있다.


문채호 교사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도 일상에서 봐온 제품들의 원리를배우고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는 대단한집중력을 보인다”며 “발명수업은 원리를배운다는 점에서 창의력 개발은 물론, 이후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게 될 과학과 수학적 배경 지식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발명수업의 이점을 설명한다.
 

건강도 중요…야채먹고 쑥쑥

발명교육과 더불어, 제주남초의 야심찬테마는 학생들의 ‘건강’이다.2014년 학교급식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되며 아이들과 바른 식생활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고 비만예방 생활습관을 길러주려는 실질적인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인공색소가 들어가지 않은 우유를 만들거나 텃밭에서 재배한 친환경 채소를 직접 수확해 급식 시간에 섭취하는 활동, 건강 화분 가꾸기, 전통 음식 만들기, 건강송(song) 부르기 등이 대표적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우유 꼭꼭 채소 꼭꼭의 날’을 운영한다. 1교시 시작 전 전교생들은 야채와 우유를 함께 섭취하며 채식의 중요성을 매주 실감하고 또 실천한다.

이와함께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줄넘기 급수제를 시행하고, 매일의 식단을 공표하면서 해당 음식의 칼로리와 영양소를자세히 기입해 먹거리와 운동에 대한 관심을 일상에서 동시에 유도하고 있다.
 

▲ 제주남초 김재필 교장

삼성전자 후원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지난해 8월부터는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도 인기리에 운영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수업을 통해 초·중·고교생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삼성전자가 교재와 교구, 수업료를 지원한다. 전국에서 200여개, 제주에는 단 2개교만 혜택을 받고 있다.

이외에 제주남초에서는 전교생이 주2~3시간 원어민과 영어수업을 하고, 매주 목요일 영어 아침방송을 시청하며 영어 교과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1961년 창단, 제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야구부가 오늘도 꿋꿋이 제주남초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있다.

날로 새로워지는 학교

제주남초는 한 때 ‘대남초’로 불렸다. 구도심이 제주의 대표적인 쇼핑과 문화의거리로 부흥할 때 학생수는 2700명에 달했고 지금의 제주중앙초와 삼성초, 광양초가 남초에서 분리됐다.

하지만 현재의 전교생 수는 고작 208명, 특히 1학년 한 반 학생수는 16명으로5학년 24명에 훨씬 못 미친다. 거주민 수도 줄었지만 시설 노후화 등을 우려해 인근 대규모 학교로 자녀를 전입학시키는가정도 적지 않다.

그러나 도시의 자연스러운 변화속에서잠시 뒤안길에 놓여있던 제남초는 다시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뒤숭숭한 학교의 공사현장에는 내년이면 새로운 유치원 건물과 실내 체육관이들어서게 된다. 본관 3층에 4개실이 증축되면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교실 수가더 늘어나고, 현재의 마사토 운동장은 잔디운동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김재필 교장은 최근 신구간을 앞두고날로 새로워지는 제주남초의 소식을 알리기 위한 리플렛을 발간해 주민들에게 배부했다. 이 속에는 학부모들이 잘 모르는남초만의 특별한 교육과정과 내년이면 단장을 마치는 학교의 변화 계획이 담겼다.

“새롭게 태어나야죠. 신도심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길이야 막을 수 없지만 아직 이곳에는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살고있고 제주남초의 부흥을 기대하는 선배들의 응원이 가득합니다.”

2015년, 제주남초가 변화의 길목에 섰다. 제남초 24명의 열정적인 교직원들은 오늘도 바지런히 아이들을 위한 수업과환경을 준비하며 남초교의 새로운 부흥을 손꼽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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