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    계    홍

무슨 결정을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중대하여 죽느냐 사느냐의 사활을 건 선택을 가리킬 때 이판(理判) 사판(事判)이라는 말을 쓰고있다. 어원(語源)은 불교에서 스님의 역할을 둘로 나누어, ‘속세를 떠나 오로지 도(道)만을 닦는데 마음을 다하는 스님’과 이런 역할을 지원하는

즉 ‘절간의 재산을 관리하고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스님’을 나눠 부른데서 비롯됐다. 전자를 이판(理判), 후자를 사판(事判)이라고 한 의미가 변질되었다. 이들 스님의 역할은 똑같은 비중이라는 것이기도 하다. 보살에 가면 독경을 하는 불자나 공양을 준비하는 일이 부처님은 같게 보신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5월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에서 대통령의 운명을 양단하는 이판사판의 재판이 있었다. 국회재적의원 273명 중 193표의 찬성을 얻어 제기된 탄핵소추가 헌법재판관 9인 중 6인을 못 채워 기각결정이 내렸다.

6인이 되고 안 되는데 따라 대통령이 원대복귀냐 파면의 순간이 갈린 것이다. 언론의 추정으로 탄핵인용을 주장한 소수의견 재판관 3인의 명단이 나왔을 뿐이다. 판결에 대해 소추단과 대리인의 소신은 변함이 없다는 의견이었다.

주요쟁점에 대한 인용판결도 반반수준으로 팽팽했다. 일부 위법행위가 인용이 되면서도 법과 현실을 절충 탄핵할만한 중대성이나 함량미달을 이유로 대통령의 손을 든 것 같다. 헌재의 판결을 통한 교훈은 헌법과 준법의 중요성,

대통령의 통치철학제시, 대통령도 선거중립의무해당공무원, 국회의 권위를 인정하면서 경솔한 결정은 불용, 관계법보완의 필요성 등이다. 앞으로도 국가적 결단을 할 사안들이 가로놓여있다. 보안법개폐, 이라크파병재심여부, 쌀 WTO재협상, 성장과 분배이념의 선곂?선택 등이다.

▶요사이 직업공무원직과 단체장직 등을 포기하면서까지 6? 도지사 등 재겫맑굻?출사표를 던지는 것도 이판사판의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세기적 국운을 건 결단으로 미 트루만 대통령의 원자탄 투하,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로 가는 원자탄선박운반정지 단행, 중국 모택동의 대장정 결정, 부시의 이라크테러전 등이다.

우리는 역대건국역성혁명,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박정희의 5?6거사 등이 이판사판의 결정들이다. 세상경륜이나 인생역정에서 돈과 명예, 권력과 사랑 등, 선과 악의 선택과정에서 크고 작은 이판사판이 이어지는 삶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역사요 인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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