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냐, 바람이냐? 선거에서 후보자의 지지 우열을 비교하는 방법 중 하나다. 조직이 잘 돼 있는 후보측은 선거 운동이 불붙으면 조직이 일사분란 하게 움직인다.

큰 이슈가 없는 한 잘된 조직에 의해 선거운동을 펼친 후보가 승리의 깃발을 꼽는다. 조직 보다는 바람에 의한 선거를 선호하는 후보는 상대적으로 조직이 약한 후보측이다.

이들은 바람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대개 선거에서 바람은 정책이나 사건의 이슈화에서 폭발력을 지닌다.

▶1997년의 김대중 민주당 후보의 승리는 조직보다는 바람이었다. 당시 여당인 이회창 후보측은 탄탄하다는 한나라당의 전국적 조직을 가지고 겨뤘으나 패배했다. IMF 환란위기를 겪은 때라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책임론이 고개를 들었다.

김 후보는 이에 맞춰 IMF를 극복할 수 있는 후보라는 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황색바람이었다. 김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든든해요 김대중’이었다.

2002년의 대통령 선거도 야당인 한나라당의 조직보다는 민주당의 바람 선거가 승리로 귀결됐다. 여기에 분 바람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에 의해 인터넷 바람이었다. 결국 조직이 강했다는 한나라당의 후보는 패하고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 최근 두 차례에 걸친 한국의 대선은 조직보다는 바람이 승리한 선거였다.

▶4월13일 치러진 국회의원을 뽑는 제주 총선도 바람이 조직을 누른 선거였다. 한나라당 후보의 기존의 탄탄한 조직과 ‘탄핵심판’이라는 바람을 일으킨 열린우리당의 대결에서 도민들은 폭풍과도 같은 탄핵심판의 바람에 표를 던져줬다.

이처럼 선거에서 이슈(바람)가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어필 되면 조직선거가 힘을 얻지 못한다. 바람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태풍이 불면 삼라만상이 요동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6월5일 치러지는 도지사 재선거도 조직과 바람의 대결로 다가서고 있다. 후보 측이 그동안 다져온 조직과 신선한 바람이 각각 일전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조직선거가 유리할 것인지, 바람선거가 유리 할 것인지 아직은 속단할 수 없다.

이번 선거는 큰 이슈를 찾아보기가 어려을 정도로 쟁점없는 선거가 되고 있다. 제주지역경제의 최대 과제인 감귤 문제도 전혀 선거쟁점으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재선거여서 그런 것인가? 도민들이 이젠 흥미를 잃어 버려서일까? 선거도 유권자도 모두가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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