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석 박사의 제주지질이야기 <18>주상절리

▲ 세계지질공원의 지질명소인 지삿개 주상절리

서귀포시 대포마을과 중문마을의 경계에 있는 ‘지삿개’라고 부르는 해안절벽은 주상절리로 구성돼 있다. 조용한 어촌 마을에서 유명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지삿개에는 연일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아름다운 바닷가 절경인 주상절리를 배경으로 사진기 셔터를 눌러댄다.

그 사람들 틈 속에 끼여 그들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다. “누가 만들어서 여기에 설치해 놨는지 참 잘도 만들었네!” 이 말을 듣는 순간 지질학자의 입장에서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일반 상식 수준의 지질학의 기본적인 현상을 관광객들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삿개 주상절리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주제인 화산이 만들어 놓은 화산지형이며 세계지질공원의 지질명소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은 인공의 창작물인 것처럼 전혀 다르게 보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소중한 자연자산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 전달이 필요한 이유다.

절리(節理)는 암석에 나타나는 쪼개짐 현상이다. 주상(柱狀)은 말 그대로 모양이 마치 기둥과 같다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상절리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굳어질 때 수축돼 용암 용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형성 시기는 용암이 완전히 식기 전이다. 대체로 1150℃의 온도를 갖는 현무암질 용암은 약 900℃정도로 식었을 때 이러한 주상절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주상절리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육각형을 띠고 있으나 간혹 오각형이나 칠각형을 띠기도 한다. 이러한 절리는 흔히 용암이 식는 면에 수직으로 발달하게 된다. 용암이 식어가면서 차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화산체의 화구에서 흘러나온 용암류는 유출된 용암류의 양과 경사의 거리만큼 흘러가서 멈추고 그 후에 식으면 암석이 된다. 화산의 지하에 있는 물질을 마그마(magma)라고 부른다.

마그마가 화산의 분화구를 통해 지표상으로 분출하는게 화산활동이다. 이때 분출된 마그마는 용암(lava)으로 이름이 바뀐다. 용암이 지표를 흘러서 굳어지면 암석이 된다. 화산암이라고 부르는 것도 용암이다. 용암은 화학성분에 따라 현무암·안산암·조면암 등으로 구별된다. 즉 용암이 암석이 되는 과정은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과정이다.

용암에는 주로 수평과 수직 방향의 틈이 만들어진다. 수평방향으로 일정하고 정규적으로 발생하는 절리는 그 암석 표면이 판과 같이 보이므로 판상절리(platy joint)라고 한다. 반면 수직방향으로 발달된 정규적인 절리는 측면에서 보면 기둥의 모양을 하게 된다. 이러한 기둥으로 이루어진 수직방향의 절리를 주상절리(columnar joint)라고 부른다.

용암의 아랫부분은 차가운 지면과 닿으면서 식게 되고 윗부분은 차가운 공기와 맞닿아 식어가게 된다. 주상절리란 결국 1000℃ 이상 되는 뜨거운 용암이 흘러와서 현재의 지표면과 기온인 20도 정도로 식어서 암석으로 굳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용암의 아랫부분은 땅과 맞닿는 부분에서 절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해 위쪽으로 진행하게 되고, 공기와 맞닿는 윗부분은 아래로 절리가 진행하면서 서로 만나게 된다.

만약 10m 두께의 용암에서 절리가 생성된다면 상부에는 6m 규모로, 하부에는 4m 규모가 된다. 즉 위쪽 주상절리가 더 길게 발달한다. 이는 공기에 노출된 용암류의 상부가 지표와 맞닿는 용암류의 하부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식어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상절리의 굵기는 용암이 얼마나 빨리 식느냐에 따라 그 크기가 변한다. 흔히 빨리 식을수록 주상절리 기둥의 굵기는 가늘다. 지삿개처럼 주상절리 굵기가 1m 이상인 것은 용암이 천천히 식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상절리는 관입암이나 용결 응회암에서도 생긴다. 제주에서는 조면암과 현무암질 용암에서 주로 확인되며 일부 현무암의 표면에서도 작은 절리들이 관찰된다. 현무암에 나타나는 주상절리는 이곳 지삿개가 대표적이며 조면암에 나타나는 주상절리는 산방산·범섬·문섬·섭섬에서 볼 수 있다.

대포

지삿개의 암석은 현무암질 용암으로 이 마을의 중산간지역에 있는 오름인 녹하지악에서 유출됐다. 녹하지악은 지금부터 약 20만 년 전에 분출한 작은 화산체로서 분화구로부터 많은 양의 용암류가 흘러나왔다. 당시 이곳 지삿개 해안은 바닷가가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는 빙하기로서 해수면이 현재보다 낮았기 때문에 바다는 훨씬 더 바다 쪽으로 후퇴해 있었을 것이다. 즉 현재 주상절리를 만든 원인은 바닷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주상절리는 기본적으로 물과는 상관이 없다. 보통 육상에서 흐른 두꺼운 용암에서 만들어 진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의 절벽은 해수면이 상승할 때 파도에 의해 침식을 받아 용암의 내부가 드러난 결과물이다. 해안 절벽을 이루는 원인도 결국은 해수면 변동에 의해 변화하는 해수면의 상승과 하강 현상에 따라 절리가 발달돼 있는 주상절리의 기둥이 통째로 부셔지고 무너지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대포 마을의 지삿개 해안을 따라 약 1.4㎞에 걸쳐 수직의 용암 기둥이 마치 수십 폭의 병풍을 펼친 듯 보여 이 일대를'벵풍바위(병풍바위)'라고도 부른다. 이 곳 주상절리는 최대 높이 25m에 달하며 상부층으로 갈수록 주상절리가 소멸돼 사라지고 아아용암류의 크링커(clinker)로 바뀐다. 지삿개 주상절리대 해안에는 해안선의 절벽을 따라 많은 해식동굴과 함께 아아용암류의 독특한 상부 표면구조를 관찰할 수 있으며, 아아용암류가 퇴적물과 만나 형성되는 페퍼라이트(peperite)도 확인된다.

 

 

18세기까지도 수성론이 화성론에 우세

주상절리가 갖는 지구과학사적 의미

▲ 영국에서 처음으로(198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자이언츠 코즈웨이 주상절리

 

중세 유럽의 철학자들은 현재 화산암의 암석들을 물에서 침전돼 형성됐다고 생각했다. 이른바 수성론(水成論)이다. 18세기까지도 여전히 북아일랜드의 바다에 솟아 있는 거대한 육각형 현무암 기둥들인 자이언츠 코즈웨이(Giant's Causeway)가 물속 침전에 의해 형성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무암이 물속에서 침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수성론과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화성론(火成論) 간의 논쟁은 지구과학 역사에 있어서 가장 치열한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영국은 지질학의 발상지다. 영국 북아일랜드의 자이언츠 코즈웨이는 지삿개와 비슷한 현무암의 주상절리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지질학적 논쟁의 중심에 있었던 자이언츠 코즈웨이의 주상절리는 지구과학사의 시발점이었기 때문에 1986년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자이언츠 코즈웨이의 주상절리는 약 6000만년 전에 형성된 현무암질 용암으로 만들어졌다. 100여 m 높이의 해안 절벽을 따라 해안선 약 8㎞에 걸쳐 4만여 개의 주상절리가 해안선에 분포돼 있다. 자이언츠 코즈웨이의 주상절리는 단지 주상절리의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지질학적 연구 성과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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