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홍보관’에 밀려 행사장 ‘구석’으로
정작 중국 부스는 행사 종료전 철거 빈축

▲ 제54회 탐라문화제가 폐막한 가운데 올해도 ‘무형문화재’는 홀대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은 무형문화재 부스.

지난 7일 개막한 ‘제54회 탐라문화제’가 닷새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11일 폐막했다. 올해도 행사의 정체성에 해당하는 전통성과 연관된 ‘무형문화재’ 홀대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11일 주최 측인 한국예총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회장 강창화, 이하 제주예총)에 따르면, ‘문화왕국 탐라, 신명을 펼쳐라’를 주제로 열린 올해 탐라문화제는 제주시 탑동광장과 해변공연장 등에서 진행됐다. 제주예총은 젊은 세대 누구나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 일부를 개선하고, ‘탐라인들의 삶과 문화’를 재조명해 현대인들에게 전승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정했다.

올해 탐라문화제에는 약 14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9일 공휴일인 한글날에 이어 주말까지 겹치면서 행사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도지정 무형문화재인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시음하고,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인 갓일 등의 재연행사를 볼 수 있는 ‘무형문화재 시연부스’는 행사장 변두리로 밀려나 있었고, 오히려 행사장 중심에는 중국문화를 홍보하는 부스가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제주목 관아에서 진행된 ‘무형문화재 축제’에서는 제주인의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해녀노래, 멸치후리는 노래, 제주농요 등을 재연했지만, 행사 관계자와 이 일대를 지나다니는 관람객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을 찾을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일부 부스가 철거, 방문객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주최 측은 제주와 중국 하이난의 자매결연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중우호축제’를 열고 행사장 중심에서 다양한 부스를 운영했지만, 행사가 전부 끝나지 않았음에도, 시설물이 철거됐다. 실제로 기자가 11일 오전 행사장을 찾은 결과, 중국사진전시관과 중국음식점 등의 부스에는 현수막만 붙어 있었고, 관련 시설물들이 모두 철거돼 있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이종해(57)씨는 “평소에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탐라문화제에 한중우호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와봤다”며 “하지만 시설물들이 모두 철거돼 있어서 행사장에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예총은 이와 관련 “중국총영사관과 연계해 행사를 준비했고, (중국 측이)다른 일정으로 어제까지만 부스를 열기로 계약이 돼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행사기간과 맞지 않는 중국부스를 굳이 유치할 필요가 있었느냐"며 "보조행사가 축제를 흐트려 놓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편 올해 탐라문화제는 제주도립무용단의 축하공연과 종합시상식, 월드스트리트댄스 챔피온쉽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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