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다른 듯 같은 이야기 < 1 >
조미영 작가의 베네수엘라를 가다

▲ 카리브해와 접한 베네수엘라 북부 연안.

베네수엘라로의 여행을 계획할 때 만 해도 나에게 그곳은 굉장히 생소한 나라였다. 뉴스를 통해 자주 거론되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이름 정도가 고작 아는 지식의 전부였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강한 자극이 되어 꼬박 이틀 동안 비행기를 갈아타며 가는 번거롭고 긴 여정마저 설레게 했다.

▲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전경.

지난달 남미의 북부 카리브 해에 인접한 베네수엘라를 다녀왔다. 한반도 약 4.5배의 면적에 석유와 각종 광물이 풍부하고 커피와 질 좋은 카카오 생산으로 유명한 나라이다. 이렇게 풍부한 물적 자원을 가졌지만 정작 국민들은 그리 부유하지 못했다. 오랜 외침으로 얼룩진 역사와 불안한 정치 그로인한 경제봉쇄 정책 등으로 인해 혼란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여행 위험국가로 분류되는 곳이기도 하다. 나 역시 주변의 불안한 시선을 받으며 떠났었다. 하지만 그 곳은 우리가 사는 사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을 간직한 곳이었다.

남미의 나라들이 그렇듯 베네수엘라 역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함께 300여 년 간 스페인 문화권 안에서 살았다. 스페인어와 함께 역사 유적 곳곳이 그들의 문화와 깊게 관계된다. 하지만 최근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자신들이 밟고 선 땅의 주인인 원주민 인디오들의 역사와 문화를 복원함은 물론 독립국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잊지 않고자 한다.

▲ 해맑은 웃음의 베네수엘라 어린이들.

경제적 빈부격차는 심한 편이다. 고급 아파트와 저택들과는 대조적으로 산비탈을 가득 매운 판자촌들이 있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그 모습들이 마치 도시의 아이콘처럼 분포해 있다. 그러나 최근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혜택은 물론 각종 미션을 통해 이런 차이를 극복하고자 애쓰고 있다.

또 하나 베네수엘라는 마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같다. 고급 빌딩사이의 거리에 숯불을 피워놓고 옥수수 빵과 고기를 구워 팔고 70.80년대식 낡은 차와 최첨단의 고급 승용차가 같은 차선 위를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엄마들의 아이사랑은 동서고금이 똑같다.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젊은 엄마의 모습에서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 겹치듯 보인다. 이렇듯 지구 반대편에도 나와 똑같은 일상이 진행된다. 앞으로 그 일상의 모습을 연속시리즈로 소개할 예정이다. 나와 다른 듯 같은 그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조미영 여행작가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대학에서 고고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였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제주역사를 뒤늦게 알게 된 후, 제주4·3연구소에서 근무하며 특별법 제정운동과 연구 활동을 하였다.

한때는 서울과 제주에서 축제와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동안의 여행기록들을 정리하여 글로 써내는 여행 작가로서의 역할에 전념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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