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소송·진정 제기사례 잇따라
학부모 학교 상대 돈 요구하기도
법리 만능주의 확산에 우려 시각

학부모와 교사 간 시비(是非)를 법리적으로 가리겠다며 고발, 고소, 진정을 넣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잘못의 무게가 어느 쪽에 실리는 지를 떠나 아이를 맡기고 가르치는 교단에 존중과 배려의 풍토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최근 제주시내 모 고등학교 학부모가 교사를 고발한 사건에 대해 교권침해로 판단, 해당 학부모를 고발조치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해당 고등학교의 담임교사와 3학년 학생은 조퇴와 관련해 공방을 벌였다. 이튿날 해당 학생의 부모는 학교를 찾아가 담임교사에게 경멸적인 표현을 쓰고 119차량을 불러 자녀를 병원에 입원시킨 뒤 치료비와 ‘굿’ 비용으로 100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11월 학부모는 담임교사와 동료교사를 ‘폭행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을 보고받은 교육청은 학부모가 고소 이후에도 계속 금전을 요구하는 등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 최근 아버지를 제주동부경찰서에 고발 조치했다.

이런 가운데 도내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가 자녀가 재학하던 학교의 교감을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조사 의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학부모는 자녀가 상급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는데 교감이 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자신이 상대 학부모에 대해 소송을 걸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학부모는 교감에 대해 책임감이 없고 학생 생활지도에 문제가 있는 등 자질이 없다며 파면을 요구했다.

진정을 당한 교감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위축된다는 말도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는 참고 넘어갔지만 도가 지나친 것 같아 법률 자문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인 간의 분쟁을 법에 맡기는 것은 시민의 권리다. 그러나 그 장소가 믿음을 토대로 배움과 가르침이 이뤄지는 학교이기 때문에 불신과 법리 만능주의가 교단으로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는 존경과 보살핌이라는 감정적 메커니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화를 통한 설득과 이해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며 “외부의 잦은 문제제기는 교사들을 움츠려들게 해 결국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많은 교육적 움직임을 축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더불어 “교사들 역시 ‘교사’라는 단순 직업인을 넘어 스승으로서 매사에 본보기가 돼야 장기적으로 교권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이 파악한 제주지역 교권침해 건수는 2011년 112건, 2012년 72건, 2013년 41건, 2014년 33건, 2015년 상반기 7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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