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다른 듯 같은 이야기 < 4 >
-조미영 작가의 베네수엘라를 가다

▲ 선거참여 캠페인에 나선 베네수엘라 젊은이들.
▲ 거리에 선거 홍보부스를 설치해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내가 베네수엘라를 방문했던 지난 11월은 총선을 앞둔 때였다. 한참 선거 열기가 뜨거웠던 시점이라 거리는 늘 들썩였다. 양쪽 진영의 선거운동원들이 확성기를 마주 대고 선전전을 하거나 거리에서 홍보물을 나눠주며 분위기를 북돋운다. 때론 젊은이들이 춤과 풍자극 등을 통해 선거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선거포스터와 배너까지 거리를 온통 장식해 놓은 터라 마치 축제장에 온 듯 착각이 들 정도다.

▲ 집권여당인 통합사회당을 지지하는 열혈 청년.

하지만, 간간히 과열된 양상도 보인다. 홍보물을 찢거나 포스터에 낙서 등을 하여 현 집권여당에 반대의 표현을 하곤 했다. 나 역시 야당 지지자들의 홍보부스를 사진 찍으려다 봉변을 당할 뻔 했다. 워낙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늘 멋진 포즈를 취해주는 터인데 의외였다. 나를 여당 지지 세력으로 오인했던 모양이다. 이는 그만큼 갈등의 골이 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후 12월 6일 치러진 총선 결과 여당 42%, 야당 57%의 득표율을 얻으며 야당이 과반이상의 의석을 차지한다. 1998년 우고 차베스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오랫동안 여당으로 자리 매김하던 통합사회당의 패배였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는 선거과정의 부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미국과 EU에서는 국제선거감시단을 받아들이라는 압력을 넣었다. 이에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미국주도의 국제 선거감시단 대신 각국의 정당과 비정부기구로 구성된 국제참관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거를 치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집권여당의 참

▲ 자동화 선거시스템. 유권자들은 이같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투표를 했다. <사진제공 정연욱>

패로 베네수엘라 투개표과정의 투명성을 국내외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총선을 지켜본 국제선거참관단 역시 중립성과 투명성이 잘 확보되었다는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2013년 차베스 사후 보궐선거로 당선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 역시 같이 해소된 셈이다.

그동안 정권 쟁취를 향한 소모적 사회분열로 국민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이에 지친 이들은 다시 야당을 선택하였다. 그간 대통령선거는 물론 총선에서도 탄탄한 지지를 받던 통합사회당은 18년만의 첫 패배라며 애써 위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우리의 권력은 길거리에서 나왔다. 다시 길거리로 돌아가야 한다.”며 기존 세력들의 반성과 결집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 역시 4월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들의 선택과 변화에 무심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그들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예측해 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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