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석 박사의 제주지질 이야기 <21>추자도

▲ 염섬의 아치형 해식동굴.
▲ 푸랭이에 발달된 수직절리군.

지질학적으로 볼 때 추자도는 제주도가 아니다. 지리적으로 전라남도와 더 가깝다. 그래서 말투며 문화가 전라도와 닮았다. 그러다보니 제주에서 지질 관련 글을 쓸 때 항상 추자도를 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추자도는 오래전부터 행정구역상 제주도에 속해 있다.

과거에는 추자까지 조사하러 가기도 어려운 뱃길이고 더구나 주변에 흩어져 있는 무인도에 가기 위해서는 낚시꾼들을 실어나르는 배를 얻어 타고 낚시꾼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겨우겨우 주변 섬

▲ 푸랭이 서편에 발달된 작은 여들.

들을 조사하곤 했다. 조기가 많이 잡히고 삼치와 멸치젓이 맛있었던 것 외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제주와는 다른 섬이었던 기억밖에 없다. 그렇지만 여기서 모두가 주지해야할 중요한 사항은 추자도는 최근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제주도와는 전혀 다른 섬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형성시기로 볼 때 추자도는 대략 1억년 전의 중생대 백악기에 가까운 전라남도 남해안의 섬들과 같이 만들어진 오래된 섬인 반면, 제주도와 주변의 섬들은 백만년 이후의 신생대 제4기에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매우 젊은 화산섬이라는 점이다. 추자도는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섬이고 제주도는 최근에 화산으로 새로 생겨난 섬이다.

추자도는 관문인 상추자(대서항)와 하추자(신양항)에 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추포도, 횡간도에도 아직까지 몇 가구가 살고 있다. 4개의 유인도와 주변에 흩어져 있는 38개 무인도를 아우르는 곳이 추자군도이다. 섬에서 동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슴새의 서식지, 사수도까지 포함한다. 하늘에

▲ 다무래미의 붉은색 응회.

서 바라다보는 추자군도는 유배의 한을 품고 절해의 고도로 향하는 선비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순백색의 하얀 절벽을 띤 청초한 모습으로 진녹색의 남해바다 위에 한 뭉큼 점점이 떠 있다. 마치 가래나무 씨앗을 바다에 흩뿌려놓은 듯하다. 추자(楸子)라는 말의 뜻이다.

추자도 해역은 우리나라 남해(south sea)에 속한다, 해저 지형을 보면 남해안과 이어진 리아스식 해안의 특성을 갖는다. 남해안의 완도에서부터 바다쪽으로 점차 깊어지는 수심은 추자도와 제주도 사이에 깊은 협곡을 만든다. 제주해협이라고 하는 동서로 길게 뻗은 해저 협곡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 곳은 수심 약 130 미터의 매우 깊은 골짜기이다. 우리나라 남해안의 다도해에 발달된 수십미터의 해저 수심은 추자도와 제주도 사이에서 비교적 깊은 골짜기를 형성해 놓고 있다. 즉, 추자도는 해저지형에 의한 구분에서 우리나라 남해안에 속해 있다. 제주해협은 제주도라고 하는 젊은 화산체의 형성과정과 더불어 만들어진 제주화산섬 둘레의 골짜기인 셈이다. 매우 빠른 조류가 상시 이곳 해협을 동서로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제주도를 드나들던 뱃사람들이 추자도에 후풍소(候風所)를 설치하여 안전한 뱃길을 관찰했던 것이다.

▲ 작은 관탈섬.

거의 바닷물에 잠길 것같은 자그마한 바위섬들은 제주에서는 ‘여’라고 불릴 만큼 작다. 이들은 전부가 회백색으로 빛나는 바위섬이거나 그 규모가 다소 크더라도 아래 반 정도는 하얀 바위가 노출되어 있으며, 섬의 머리 부분에만 해송이 자라고 있을 뿐이다. 이곳의 바다로 깍아지른 듯한 하얀 절벽 바위가 낚시꾼들이 주로 찾는 ‘포인트’이다. 깍아지른 듯한 절벽의 경사는 중생대 백악기라고 하는 약 1억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세월동안의 지질구조적인 운동과 풍화작용의 결과이다. 특히 당시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응회암은 거의 수직의 절리군을 보이고 있다. 추자도 본섬에 상시 흐르는 하천이 없다. 지하수 또한 빈약하여 예로부터 봉천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기존 저수지를 보완하고 담수화 플랜트로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으나 식수해결 문제는 추자도의 영원한 과제다. 하천 및 지하수의 부족은 원론적으로 추자도의 지질특성과 관련이 있다. 추자도 응회암은 투수성이 양호하고 수직절리도 발달되어 있다. 해수를 차단할 수 있는 지층이 없으며 담수를 담아 둘 수 있는 지층 또한 결여되어 있다. 응회암이라고 하는 단일 암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퇴적층이 분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표수의 활용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추자도의 지질은 중생대 백악기로 추정되는 괴상의 용결응회암(welded tuff)으로 구성되어 있다. 용결응회암의 절리계는 불규칙하나 남북방향이 우세한 편이며 경사가 매우 심하여 보통 수직절리로 되어 있다. 추자도는 지질학적으로 제주도의 지질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섬이다. 오히려 남해안의 도서들과 그 연장선상에서 지질학적 연관성이 있다.

 

 

‘추자 응회암’ 제주에선 지하 심부에 존재

해식협곡·사자섬·우두도 등 다양한 지질유산 분포

제주도의 기반 지질을 논할 때 우리는 제주화산도 지하 깊은 곳에 있는 화강암과 응회암을 고려한다. 이는 제주라고 하는 화산이 대륙붕 위에서 어떠한 지질학적 과정을 거쳐서 형성되었는가를 논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제주도의 층서를 개략적으로 설정해 보면 가장 아래에 백악기의 화강암과 응회암이 있고, 그 위에 미고결 퇴적층인 U층, 바다 퇴적층인 패류화석의 서귀포층이 놓이며, 그 위는 전부 제4기의 신선한 화산암류가 두껍게 놓인다. 서귀포층과 제4기의 화산암류는 지표에서 관찰이 가능하나 U층, 응회암, 화강암은 지하 깊은 곳에 있어 직접 볼 수 없다.제주도 지하 깊은 곳에 분포되어 있는 화강암과 응회암은 이른바 불국사화강암이라고 부르는 중생대 백악기의 암석이다. 추자도의 암석인 응회암은 결국 제주도 지하 심부에 분포되어 있는 오래된 응회암과 같은 암석이다. 즉, 제주도가 대륙붕 위에서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되기 훨씬 이전 시대에 추자도는 이미 존재해 있었던 것이다.

보존가치가 높은 지질유산들은 섬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직구도는 추자군도의 서북방 끝에 위치한 섬으로 해식협곡이 장관이다. 이곳은 오랜세월 동안에 걸쳐서 만들어진 추자도 용결응회암에 나타나는 해식동굴 지형의 일종으로서 지형 발달 측면에서 보존가치가 높다. 사자섬이라고 부르는 수덕도는 추자 본섬의 남서 쪽에 자리잡고 있는 큰 바위의 섬이다. 마치 사자가 머리를 들고 추자 본섬을 응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자 머리에 해당되는 응회암의 큰 바위 덩어리는 높이가 90미터에 이르며 단일 암괴로는 추자도에서 가장 큰 것이다. 소머리라고 부르는 우두도(牛頭島)는 우두일출로 유명한 곳으로 2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두 섬 사이에 자갈 해빈이 형성되어 두 섬을 이어놓은 곳이다. 염섬 북동쪽 해안에는 마치 대문과 같이 드나들 수 있는 아치형 해식동굴이 발달되어 있다. 해식동굴은 다리모양으로 되어 있으며 안쪽으로 서로 통하게 되어 있어 배가 드나들 수 있다. 앞으로 유람선에 의한 추자도 해상관광이 실현될 경우 가장 각광받는 코스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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