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24>산유자나무

▲ 산유자나무 꽃
▲ 산유자나무 열매
▲ 이나무

■곶자왈이나 계곡 사면에 주로 분포

동백나무, 백동백나무, 쪽동백나무 등 이 세 종류는 별개의 식물들이지만 이름에 “동백나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 식물들은 동백나무처럼 열매로 기름을 얻는대서 비슷한 이름이 붙여진 경우이다. 특이하게 줄기에 난 가시의 모양이 비슷해서 전혀 다른 식물이지만 유사한 이름이 붙여진 경우가 있는데 유자나무와 산유자나무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식물의 이름은 그 식물의 성질이나 생김새, 열매나 꽃의 모양, 그리고 냄새, 맛 등을 반영하여 만들어지며, 유사한 종류가 많을 경우 더 세부적으로 털의 유무, 꽃 또는 열매의 색, 자라는 지역이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이름이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와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들이 이용한 식물일수록 한자이름 또는 한약명을 그대도 채용하거나 혼용하며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반하, 비자, 석창포, 오미자, 익모초, 후박, 황기, 삼백초, 석위, 유자, 석창초, 갈근(葛根, 칡) 등이 그 예이다.

▲ 산유자나무

산유자나무와 유자나무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비슷한 형태의 열매가 달리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꽃이 유사하거나 하지도 않으며, 아니면 열매가 유자같은 향이나 맛을 내는 것도 전혀 아니다. 좀 억지로 유사한 점을 찾는 다면 줄기에 달리는 가시에 있을 것이다. 산유자나무의 가시를 본다면 왜 유자나무란 이름이 붙게 되었는지를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유자나무는 운향과(科)의 식물이다. 우리가 아는 온주밀감을 비롯한 귤종류들이 모두 이 운향과식물이고, 그 외로 초피나무, 산초나무, 머귀나무 등도 또한 같은 과의 식물들이다.

산유자나무는 이나무과(科)의 식물이다. 이나무과는 주로 열대나 아열대에 분포하는 식물들이 많으며, 우리나라와 일본은 그 전세계분포를 볼 때 거의 북한계지역에 해당한 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는 이나무과에 산유자나무를 비롯하여 2종류가 자라고 있다. 이 중 산유자나무는 제주도와 전라남도 일부지역에 자라며, 일본과 대만, 인도, 필리핀 등에도 분포하고 있다. 제주지역의 분포를 보면 주로 저지대의 계곡에서 자라는 경우도 있지만, 곶자왈에도 비교적 많이 분포하고 있다.

산유자나무는 곶자왈이나 계곡의 사면에 주로 자란다. 관목형태로 자라는 경우를 주로 보게되지만, 독립목으로 자라는 경우는 수관의 폭이 넓은 교목처럼 자라는 경우도 간혹 볼 수 있다. 맹아력도 강하고, 상록성식물이라 다른 식물들의 잎이 없고 숲속에 투광량이 많아지는 겨울철에는 그 날카로운 가시와 더불어 더욱 잘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현재의 제주지역 분포로만 볼 때는 곶자왈이 주요 분포지 중 하나이여, 그 다음이 계곡지역일 것이다. 종자는 작은 편이지만 많은 양의 종자가 달리기 때문에 주변에 빈공간이 생기면 빼곡하게 어린나무들이 자라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다.

산유자나무의 꽃은 무더운 여름이 한참일 시기에 핀다. 이가화로 꽃은 가지의 사이에서 연한 노란색 계동으로 피며, 짧은 꽃자루가 있고 꽃줄기에는 털이 있다. 열매는 둥글며, 겨울에 흑색으로 익는데 초피나무 종자정도의 크기이다.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산유자나무는 그 용도로 생울타리나 관상용 식재 등이 있으며, 한방에서는 나무의 부위별로 작목피, 작목근, 작목엽 등으로 구분하여 약용식물로 이용되기도 한다.

무더운 여름 이 식물을 만나면 정말 짜증이 날 상황이다. 산유자의 가시는 그냥 단순한 가시의 모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길고 날까로운 가시에 또 가시가 돋아난 형태로 다른 가시다 달린 종류들과 차이가 있다. 특히 줄기 아래에서 달리기 시작하는 가시는 아주 칠밀하게 달려 어는 한 곳 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치밀하고 촘촘하게 달려 있다. 계곡에서 만나는 경우는 늘어진 가지가 마치 덩굴식물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줄기에 달린 가시를 보면 그 위세는 전혀 줄지 않는다.

 

■이나무 낙엽성이면서 교목류

산유자나무의 친척격인 식물로는 이나무가 있다. 이나무는 산유자와는 달리 낙엽성이면서 교목류이고 잎의 모양이나 그 크기도 월등하게 차이가 나며, 특히 줄기에 가시같은 것은 전혀 없다. 두 종류의 공통점은 꽃에 있겠지만 그 외로 생태적으로 볼 때 자라는 지역이 좀 유사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나무도 주로 계곡사면이나 곶자왈에 많이 자란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두종의 분포에 있어서 이나무가 더 훨씬 넓은 지역에 분포해 차이를 보인다.

식물의 가시는 식물체의 자기방어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이런 가시는 잎이나 줄기 그리고 털, 잎의 톱니가 변해서 목질화되어 만들어지게 된다. 연약한 것도 있고 꾸지뽕나무처럼 단단한 것도 있으며, 그 모양도 바늘처럼 생긴 것도 있고 갈고리모양으로 생긴 것도 더러 있다. 줄기가 변해서 만들어진 경침(莖針)은 아무래도 자기 방어적인 특징이 강하며 휘어지거나 갈고리모양인 경우는 자기방어와 다른 나무나 물체에 쉽게 접근해 기대어 살아갈 수 있도록 변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시가 달린 나무나 풀들은 주로 숲의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숲 가장자리는 무주공산으로 여러 형태의 식물들이 서로 좋은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하듯 자라기 때문이다. 산유자나무도 이런 경쟁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으며 숲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숲의 첨병으로, 제주식물의 한 구성요소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면서도 남의 이름을 빌려 불려야 한다는 것이 좀 억울한 따름이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김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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