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다른 듯 같은 이야기 < 9 >
-조미영 작가의 베네수엘라를 가다

▲ 시몬 볼리바르의 생가를 기념관으로 꾸며 역사체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 시몬 볼리바르의 유해를 안치한 기념관의 근위병 교대식.

3월, 망울망울 봄이 움트려 한다.

그러나 온전히 봄을 만끽하기 전 우리는 시린 겨울보다 더 차가웠던 역사가 있었음을 기억해야한다. 최근 영화 ‘귀향’과 ‘동주’를 통해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절의 기억들이 건져 올려지고 있다. 엊그제 3.1절 기념식이 그저 형식적 공휴일이 아닌 잊지 말아야 할 역사임을 새삼 깨우쳐준다.

▲ 공원에 세워진 시몬 볼리바르의 동상.

주권을 상실한 나라의 국민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핍박과 설움의 연속이다. 남미의 나라들 역시 오랜 세월 서구열강의 식민지배하에 있었다. 그러기에 그들의 독립을 향한 열정과 노력 또한 처절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한다. 혁명의 아이콘 ‘체게바라’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베네수엘라 여행 중 가장 많이 언급되어지는 이름이 있었다. 시몬 볼리바르! 그는 남미해방의 영웅으로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콜롬비아, 파나마, 베네수엘라를 독립시킨 인물이다. 스페인 통치에서 해방된 이 나라들을 통합하여 스페니쉬 아메리카라는 하나 된 국가로 탄생시켜 열강에 맞서고자 했던 혁명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꿈을 실현하지 못한 채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베네수엘라에서의 시몬 볼리바르는 정신적 지주와도 같다. 그의 시신을 모신 기념관은 물론, 도시의 중심 공원들 대부분에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처음에는 우상화라는 오해를 할 만큼 과도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자취와 업적, 사상들을 조금씩 알아가며 이해하게 되었다. 아직도 그의 정신을 잇는 지도자들은 여전히 이 나라들의 통합과 연대를 통해 강력한 라틴아메리카를 꿈꾼다. 이를 이뤄야만 “강자에 맞서 약자들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몬 볼리바르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학생들에 의해 꾸며진 학교 안내판에서의 시몬 볼리바르.

최근 베네수엘라는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스페인 통치 이전의 역사에 대한 기억과 그들의 문화에 대한 복원 그리고 독립 영웅들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정체성을 되찾고자 한다. 일례로 ‘콜로버스로드’로 지칭하던 도로를 지역의 독립을 위해 애쓴 원주민 지도자의 이름으로 바꾸거나, 지역 언어를 복원하기 위한 교육을 하는 등의 노력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어떠한가? 강대국들의 시각으로 쓰여 진 역사 대한 인식을 습관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던 건 아닌지, 흐릿한 기억으로 과거의 치욕들을 덮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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