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29)누리장나무

▲ 관목류인 누리장나무는 마편초과의 식물로 최오동이란 익명을 갖고 있다. 해안지역에서부터 넓은 생육지를 가지고 있는 누리장나무는 7월부터 8월까지 꽃을 피우는데 무더운 계절 꽃을 찾는 이들에게 나름의 대접을 받는다.

화려한 꽃과는 다르게 숨기고 싶은 냄새를 가지는 식물들이 있다. 은은하거나 호감이 가는 냄새가 나는 경우고 있지만, 고약하고 다시 만지거나 근처에 가는 것이 꺼려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식물의 입장에서 본 다면 이런 냄새는 기본적으로 포식자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우리 주변에는 조금은 고약한 냄새를 가지고 있지만 꽃이 더 화려해 대접을 받는 누리장나무 같은 식물도 있다.

최근에 미국 뉴욕의 한 식물원에서 77년 만에 꽃을 피운 식물이 화재가 된 적이 있다. 꽃이 필 때 마치 시체가 부패할 때 나는 냄새와 비슷한 악취를 풍겨 '시체꽃'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화려한 꽃에 어울리지 않는 냄새를 가지고 있는 식물 중 하나이다. 뭐 이정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 핀 꽃이라면 고약한 냄새정도는 충분히 참을 만 할 것이다. 식물의 냄새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위한 수단 중 하나로 식물마다 고유한 냄새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고유한 냄새를 가지고 있는 식물 중에는 한 여름 계곡의 사면이나 산으로 이어지는 도로 주변 그리고 숲의 가장자리에 누구보다 화려한 꽃을 피우는 “누리장나무”가 있다. 흔히들 고약한 냄새 때문에 “개낭”이라 부르기도 한다. 처음에는 누린내가 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접하기에 꺼려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꽃 자체만 본다면 충분하게 예쁜 꽃나무임에는 틀림이 없다. 누리장나무의 냄새가 처음인 경우에는 다소 고약할 수 도 있지만, 조금 나이가 있는 분들은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냄새로 금방 전환되어 버린다. 우리나라 60∼70년대에 생산되었던 대표적인 모 영양제와 비슷한 냄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우스갯소리 같지만, 가난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 냄새에도 만약 영양분이 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실컷 냄새를 맡아보겠다고 흠뻑 취해보는 경우를 본적도 있다.

▲ 누리장나무 꽃

관목류인 누리장나무는 마편초과(科)의 식물이다.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마편초과에는 우리가 아는 식물들이 생각보다 많다. 대체로 관목 종류가 많은데, 바닷가에 흔히 자라는 순비기나무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 외로도 보라색의 작은 열매들이 가지에 빼곡하게 달려 시선을 끄는 작살나무, 새비나무 등이 있고, 빌레의 바위틈이나 바위산의 정상에서 보라색 꽃이 여러 층으로 피는 층꽃나무 등이 있다. 초본류 중에는 이름도 많이 유사한 누린내풀이 있다. 외국식물로는 작지만 꽃 색깔이 다양하게 피어 실내나 화단에 많이 심는 “란타나” 같은 종류들이 있다.

국내에 자생하는 누리장나무의 유사 종류로 잎 뒷면에 갈색털이 밀생하는 털누리장나무가 있으며, 잎이 심장저이고 꽃차례가 다소 짧은 거문누리장나무(섬누리장나무)가 있다. 누리장나무의 또 다른 이름으로 개똥나무가 있다. 민간에서는 부르는 이름으로 개나무, 노나무 등이 있는데, 주로 약재시장이나 전통시장 등에서 이런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누리장나무는 약명은 취오동(臭梧桐)으로 그냥 액면가로 본다면 냄새가 나는 오동쯤으로 이해 할 수 있는데, 주로 피기 전의 꽃을 채취하여 “취오동”이라 한다. 제주지역에서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흔히 “개낭”이나 “개나무”로 부르는 것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국내 분포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대부분 지역이며, 국외의 분포를 보면 대만, 중국, 필리핀, 일본 등에도 자라고 있다. 해안지역에서부터 넓은 생육지를 가지고 있어 누리장나무의 꽃피는 시기는 7월부터 8월까지로 비교적 길게 이어진다. 아무래도 한여름으로 꽃이 드문 시기에다 무더운 계절이라 꽃을 찾는 이들에게는 나름 대접을 받는 식물 중 하나이다. 꽃은 양성화로 새로 나온 가지의 끝에 달리고, 꽃받침은 홍색이 돌지만 다섯 개로 깊게 갈라진 꽃은 흰색이다. 특이 주목을 받는 부분은 열매일 것이다. 붉은색의 꽃받침에 싸여 있다가 밖으로 노출되는 열매는 처음 접하는 이에게는 꽃처럼 보이기도 하며, 마치 정교하게 장식된 장신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꽃이 지고 난 후에는 열매로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된다.

▲ 누리장나무 열매

누리장나무는 도서지역이나 해안가에서부터 해발 약 1000m 인근까지도 분포한다. 내염성도 강해 해안의 절개지, 해변 숲의 가장자리에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일반적으로 양수성인 특징을 보이는 누리장나무는 숲의 가장자리가 주요 생육지라고 할 수 있지만, 숲속에도 어느 정도의 빛이 들어오는 틈이 있는 경우에는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 만큼 민첩하게 적응하고 개척하는 능력도 탁월한 식물임을 잘 알 수 있다.

누리장나무의 용도는 아직까지는 인위적인 식재는 거의 없는 실정으로 조경수 등으로 접하기는 힘든 편이지만, 약용식물로 그 가치는 충분하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민간약재로 많이 애용하던 시절에는 도심지의 공터나 담 주변에 자라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요새는 매우 드물어진 것이 사실이다. 노방식물처럼 자랐지만, 도심지에서는 점차 보기 힘들어진 식물이 되어가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세계유산본부 녹지연구사 김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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