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 이야기 (30)박달목서

▲ 문섬에 자라는 박달목서. 제주도내에서는 애틋한 전설이깃든 한경면 용수리가 대표적이고 서귀포 앞바다에 위치한 범섬 등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강한 향기 내뿜는 목서의 한종류…도내 개체수 매우 적고 해안지역에 한정돼 분포

해안지역은 고산지역 못지않게 열악한 환경을 보이는 지역으로 강한 바람이나 해풍, 염수에 대한 적응력이 높은 식물들이 주로 자라게 된다. 황근이나 갯대추처럼 해류를 따라 이동해온 식물이 적응을 하기도 하며 철새들의 이동에 따라 아열대나 열대의 식물들의 종자들이 정착하게 되기도 하여 다양성이 매우 높은 특징이 있다. 이런 해안지역에 주로 자라는 식물 중에는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된 박달목서라는 나무가 있다.

조경수로 많이 알려진 나무들 중에는 상록수로 꽃이 피면 매우 강한 향기를 발산하는 식물로 목서종류들이 있다. 보통 “목서”라고 하면 물푸레나무과(科에) 속하는 상록성인 나무들을 의미한다. 이런 목서의 종류로는 박달목서, 목서, 무늬은목서, 금목서, 가시목서, 구골나무 등이 있는데, 개화하는 시기 외에는 구분이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중 은목서는 늦가을에 흰색꽃이 피고 향기가 있으며, 금목서는 단계라고도 불리며, 가을에 등황색의 꽃이 피고 강한 향기를 가지고 있다. 이 목서종류 중 박달목서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이 원산인 나무들이다.

이 목서류들이 조경수로 오랜 기간 이용되어온 이유는 아무래도 상록수이면서 개화기동안 강한 향기를 발산하는 식물이기 때문이었다. 국내에 자생하거나 재배하는 목서류의 학명을 보면 속명(屬名)이 Osmanthus인데, 이는 강한 향기(osme)를 가진 꽃(anthos)이라는 의미로 실제로도 금목서나 은목서를 꽃향기를 맡아보면 향기나무로는 손색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 박달목서 꽃

우리나라에 원래 자생하는 목서류에는 박달목서가 있다. 해안가에 사철나무나 다정큼나무, 황근처럼 작은키 나무들이 대부분이지만 박달목서는 비교적 큰키나무로 넓게 옆으로 퍼진 수관을 가진 형태로 자라 차이가 있다. 바닷가의 바위들 사이에 자리를 잡은 박달목서는 오랜 세월 강한 바람에 휘어지고 바위에 의지하면서 자라왔기 때문으로 보아진다.

박달목서(Osmanthus insularis)는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는 상록교목으로 목서나무, 발달암계목, 살마목세 등의 다소 생소한 이명들도 있다. 우리나라의 자생지를 보면 전라남도 거문도가 많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1928년 거문도에서 처음으로 근 존재가 알려졌기 때문이고 그 이후에 분포가 알려진 제주지역 보다는 아무래도 자생하는 개체수도 거문도가 훨씬 많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제주도내의 분포는 해안과 도서지역인데, 애틋한 전설이 깃든 한경면 용수리(절부암)가 대표적이며, 그 외로 서귀포 앞바다에 위치한 범섬이 있다. 용수리 자생지의 경우 3개체가 생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범섬의 북서사면으로 1개체가 확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제주지역 자생하는 박달목서의 개체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용수리나 범섬 등 각 자생지에 분포하는 개체들은 주변환경에 잘 적응하여 넓게 퍼진 수관을 보이고 있지만, 주변에는 어린나무가 없는 실정이다. 반면 거문도의 경우는 고도, 서도, 동백섬, 동도 등에 다양한 크기의 개체들이 자라고 있어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남해 서남단 가거도에도 그 분포가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자생지들로 볼 때 내한성은 매우 약한 것으로 생각되며, 제주지역과 남해안지역이 생육적지로 볼 수 있다. 국외로는 일본, 대만에 분포하고 있다.

▲ 박달목서 열매

숲속에서 박달목서는 다소 생김새가 구실잣밤나무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잎뒷면이 연한 초록색으로 차이가 있어 구분이 된다. 잎에는 원래 거치가 없지만, 어린묘를 키우면서 관찰할 때나 도장한 가지의 경우는 다수의 목서류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 하나인 날렵한 거치가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박달목서의 꽃피는 시기는 일반적이 나무들과는 달리 지금부터이다. 가을에 꽃이 피고 봄에 열매는 맺게 된다. 10월말 경부터 잎겨드랑이 사이에서 하얀색의 꽃이 피기 시작하며 겨울동안 초록색의 타원형 열매가 형성되어 이듬해 4월에서 5월경 검은색으로 익게 된다.

박달목서는 그 개체수가 매우 적고 해안지역에 한정되어 분포하고 있어 이전부터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 Ⅱ 급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오고 있다. 생식면에서 볼 때 암수 딴그루인 자웅이주여서 번식이나 확산에도 다소 불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삽목같은 방법으로도 매우 증식에 성공하는 개체수가 매우 적은 편으로 종자에 의한 번식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제주지역의 경우 자생개체들이 대부분 수개체로 자생지 주변으로 어린나무들이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1990년대 초반에 당시 산림청 임업연구원에서는 제주대학교와 공동으로 제주지역의 박달목서를 유전자원을 보존하기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을 수행한 바 있다. 거문도 등대가 위치한 수월산의 중턱 일원에서 종자를 수집하여 발아시킨 종자묘들을 한경면 용수리 절부암의 자생지 주변에 심어 유전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시도로 1995년에 그 묘목들이 자생지주변에 심어지게 되었다. 지금은 이 때 식재된 개체들이 어느덧 성년이 되어 있으며, 대부분 열매를 맺는 개체들로 확인이 되고 있어 박달목서의 유전자원을 보호에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어렵게 제주에 정착한 개체들인 만큼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자생지보호를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유산본부 녹지연구사 김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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