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석박사의 지질이야기<25>천지연폭포

▲ 천지연 폭포는 실제적으로는 단독적인 지질명소라기 보다는 서귀포층과 결합된 형태의 지질명소로 보는 게 타당하다. 천지연 폭포 하단은 서귀포층, 상단은 조면안산암의 용암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과 같은 관광시설들이 많지 않던 시절, 천지연폭포는 제주도에서 입장객수가 가장 많은 최고의 관광지였다. 지금은 세계자연유산이라는 타이틀과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성산일출봉에게 자리를 내주었지만 말이다.
그때는 용두암, 산굼부리 분화구, 만장굴, 정방폭포, 천지연폭포, 안덕계곡, 산방산 등이 제주 관광의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이들은 모두 화산이 만들어 놓은 지질 경관들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지질유산들이 제주에서는 고전적인 관광지였던 셈이다.

■지질명소 중 하나 서귀포층과 천지연폭포

세계지질공원의 지질명소(geosites) 중 하나가 ‘서귀포층과 천지연폭포’이다. 천지연폭포는 실제적으로는 단독적인 지질명소라기 보다는 서귀포층과 결합된 형태의 지질명소로 보는 게 타당하다. 어떻게 보면 천지연폭포는 서귀포층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서 서귀포층에 붙어서 부수적인 지질명소로 선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 지질명소는 지질유산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질공원(geoparks)의 주인공은 지질유산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이다. 그 지역 주민들에 의해서 지질유산이 적극적으로 관리되고 보존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역주민들에 의한 주도적인 지질관광(geotourism)을 허용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예로 성산일출봉의 지질명소가 지질공원으로서 적극적으로 관리, 보존되기 위해서는 성산마을 주민들이 주인이 되어 지질관광과 같은 방법으로 소득을 창출하고, 그래서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계수단이 되는 근본적인 대상인 지질유산을 적극적으로 보존하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지질공원의 근본적인 목표이다.

그래서 천지연폭포는 서귀포층과 묶어서 서귀포의 지질명소가 된 것이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천지연폭포는 서귀포층과 지질층서적으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제주에서 유일한 해양퇴적층이며 패류화석을 산출하는 서귀포층은 지금부터 약 100만년 전에 형성된,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지층이다. 천지연폭포는 서귀포층을 덮고있는 조면안산암질 용암에 형성되어 있다. 이 용암은 약 40만년 전에 분출한 비교적 오래된 용암으로서 서귀포 해안지역에 넓게 분포한다. 서귀포층은 주로 바닷속에서 퇴적된 퇴적암으로 되어 있지만 상부층에는 송이(scoria)로 이루어진 육성 퇴적층까지 포함한다. 서귀포층과 그 위에 놓이는 조면안산암을 지질학에서는 부정합(不整合)의 관계라고 한다. 부정합이란 시간과 공간을 서로 달리하는 두 개의 층이 서로 맞닿아 있는 지질 경계면을 말한다. 그러니까 100만년 전에 서귀포층이 형성된 후, 오랜 기간을 거쳐 육상 환경으로 변한 후에, 한라산 고지대에서 흘러나온 조면안산암이 서귀포층을 덮은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희한하게도 천지연폭포수가 떨어지는 절벽에서 이 두 개의 층이 관찰된다. 폭포가 떨어지는 하단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서귀포층의 윗부분이 놓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바닷가 절벽에 노출되어 있는 서귀포층은 이 지역에 넓은 범위에 걸쳐서 조면안산암의 아래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솜반내 하상용천수가 폭포의 근원

천지연폭포의 조면안산암은 현무암보다는 비교적 치밀한 조직을 가지고 있어서 지하에서 지하수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다른 지역보다 강수량이 많은 서귀포 지역에서 지하수의 움직임은 지하지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하로 흘러든 지하수는 서귀포층과 조면안산암질 용암이라는 불투수층을 만나 더 이상 지하로 침투하지 못하고 해안선 부근에서 지표상으로 뿜어져 나온다. 서귀포지역에 용천수가 풍부한 이유다.

천지연폭포는 연외천의 하류에 형성된 폭포이다. 연외천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솜반내의 하천 바닥에서 많은 양의 하상용천수가 관찰된다. 이 용천수는 하천을 따라 흐르다 천지연폭포에서 지형 급변점을 만나 떨어지게 된다. 이것이 천지연 폭포이고 폭포수는 다시 깊은 계곡을 따라 서귀포항으로 스며든다. 이곳이 연외천 하구가 되는 것이다.

■배수로 역할하는 제주의 건천

제주에서는 하천을 건천(乾川)이라고 부른다. 물이 없는 하천이다. 이 하천들은 한라산을 정점으로 지형 경사를 따라 해안으로 흐른다. 한라산 고지대의 많은 강수량을 순식간에 하류인 바다로 이동시키는 배수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제주에 건천이 없었다면 해안가의 제주 마을들은 항시 홍수로 침수를 당할 것이다. 지난 2007년 나리, 올해 차바 태풍으로 한천이 범람하여 큰 피해를 입었다. 한천이 얼마나 큰 하천이며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자연 스스로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하천을 복개하여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것은 제주 하천의 중요한 기능을 몰랐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한천의 복개부분을 걷어내어 산지천과 같은 생태하천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귀포지역은 제주에서 비교적 용천수가 풍부한 ‘물의 고장’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지하지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렇기에 하구 부근의 하천 바닥에서 솟아나는 용천수가 짧은 구간이나마 상시 하천을 이루기도 한다. 이는 대부분이 건천인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이런 하천들은 서귀포지역의 따뜻한 기후와 어우러져 난대림을 형성하거나 독특한 남방계의 생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북방한계선이 되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이곳 서귀포시 주변에 다양하게 서식한다. 온대지역의 기후 특성에다 중위도에 위치하고 있는 제주도에 왜 이런 아열대성 기후의 동식물들이 분포하는 것일까? 대만이나 오키나와의 아열대성 기후 지대에 분포하고 있는 따뜻한 해양성 동식물들이 서귀포 지역에까지 분포한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제주에만 분포하는 미기록종들이 등장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미기록종들은 모두 문화재인 천연기념물이 된다.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천지연폭포 계곡에 분포하는 담팔수나무를 비롯한 난대림, 특징적인 무태장어, 서귀포 바닷속의 연산호 군락은 모두 쿠로시오 해류가 가져다준 남방으로부터의 선물인 셈이다. 여름철 태풍때는 필리핀 해역에 서식하는 열대성 물고기들까지 서귀포 앞바다에 이동되어 살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연기념물 제주도 무태장어 서식지

폭포는 높이 22m, 폭 12m이며 폭포 아래에는 수심 20m의 깊은 호수를 만들고 있다. 폭포에서 바다로 약 1㎞ 이어진 계곡은 천연기념물 제27호로 지정된 제주도 무태장어 서식지(1962. 12. 3일)이다. 일반 뱀장어와는 무늬 색깔과 척추골수가 다른 무태장어는 길이 2m, 무게 20kg이 넘는 것도 있다. 이 곳 천지연폭포는 무태장어의 북쪽 경계 끝이다. 서귀포 이북지역에서는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 희귀성으로 인해 천연기념물 제258호(1978. 8. 18일)로 지정되어 있다. 그 외에도 이 계곡에는 천연기념물 제163호인 서귀포 담팔수나무 자생지(1964. 1. 31일)가 있다. 담팔수나무는 담팔수과의 상록교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안덕계곡, 천제연폭포, 효돈천 등 제주도 남부 해안과 섶섬, 문섬 등이 그 북방경계지다. 또한 이 곳 계곡에는 천연기념물 제379호인 천지연 난대림지대(1966. 10. 12일)가 지정되어 있어 천지연계곡 속에서만 4개의 천연기념물이 동시에 존재하는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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