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32)들국화, 감국과 산국

▲ 감국(오른쪽)과 산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꽃의 크기다. 감국의 꽃은 산국의 거의 두배에 달할 만큼 커서 구분이 확연하다.

해안가 근처나 마을주변의 길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식물로 노란색의 작은 꽃이 모여 피는 국화꽃 종류가 있다. 이 꽃으로 차를 만들기도 하지만, 다들 한번쯤은 꺾어서 자그마한 꽃다발을 만들어 간직해본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이 노란색의 작은 국화꽃은 소국, 들국화 등 비슷비슷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지만 식물도감에는 “감국”과 “산국”이라는 식물로 명기되어 있다.

감국(甘菊)은 국화과의 산국속(Dendranthema)에 속하는 식물이다. 이 산국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식물인 다양한 구절초 종류들(한라구절초, 낙동구절초, 바위구절초 등)도 포함되어 있다. 감국은 구절초 종류와는 꽃의 크기나 색깔면에서 차이가 있어 기본적으로 구분이 된다. 속명은 과거 쑥갓속(Chrysanthemum)으로 표기하여 왔지만, 현재는 산국속(Dendranthema)으로 변경되어 사용하고 있다.

식물도감을 보면 일반적인 국화꽃들은 두상화(머리모양의 꽃)라고 하며, 통상화(또는 관상화)와 설상화(반상화, 주변화)로 구분하여 특징들을 설명해 주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국화꽃은 갈래꽃이 아니며, 여러 개의 작은 꽃들이 모여 있는 형태로 중앙부분의 꽃과 가장자리의 꽃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특징들을 구분하여 설명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해바라기 같은 종류를 보면 중앙부에 모여 있는 꽃들이 통상화(통이나 관모양의 꽃)이고 가장자리에 있는 꽃이 설상화(혓바닥 모양의 꽃)이다. 국화과식물에는 이 통상화만 있는 경우도 있으며, 설상화로만 구성되어지는 있는 식물도 있다. 언뜻 머리모양의 꽃이라 하면 이해가 어려운데, 예리한 해부칼이나 면도날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꽃대를 중심으로 2등분을 해보면 이 표현을 이해하는데 조금 도움이 될 수 있다.

감국와 매우 유사한 종류로 산국(山菊, 개국화)이라는 종류가 있다. 두 종류는 얼핏 봐서는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흡사한 식물이다. 혹자들은 해안 쪽에 나는 경우는 감국, 내륙 쪽에 나면 산국이라 하기도 하지만 두 종류가 혼재하며 자라는 경우도 많아 이러한 구분방식은 좋은 방법은 아니라 할 수 있다. 우리 제주지역에서도 돌아다니다 보면 두 종류가 혼재해서 자라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자라는 형태를 보면 감국은 산국에 비해 뚜렷한 땅속줄기가 있어 퍼져나가고, 줄기의 기부가 땅에 닿는다는 점에서 차이점에 차이가 있고, 잎을 만져 보면 감국은 두툼하면서도 광채가 나는 잎을 가져 다소 얇게 느껴지는 산국과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 중에 하나는 꽃의 크기에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감국의 꽃은 산국의 거의 두배 또는 그 이상 커 멀리서 보아도 구분이 되는 정도이다. 또 한가지 팁이 있다면 냅새를 맡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는데, 산국은 국화꽃의 향기가 나는 반변, 감국은 이름처럼 달콤한 냄새가 먼저 코를 자극한다는 차이가 있다. 기회가 된다면 냄새를 맡아보는 것도 좋은 얘기꺼리가 될 듯하다.

제주지역에서 감국이 자라는 곳을 보면 해안지역을 포함한 주로 저지대이다. 해안지역에 모래가 쌓이는 곳이나 해안초지대 처럼 거의 해수면과 가까운 선단부에 자라며, 더러는 곰솔, 까마귀쪽나무 등이 자라는 해안림의 주변 등에 주로 자라기도 한다. 국내 다른 지역에서의 분포 역시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내륙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외로는 일본, 대만, 중국에도 분포하고 있다. 유사종인 산국 역시 해안가를 비롯하여 오름자락이나 해송림의 주변 등에 자라며, 감국보다는 넓은 분포역을 보이고 있다. 산국의 국내 분포는 보면 주로 저지대에서부터 내륙지역까지 이어진다.

감국의 전초에는 털이 있으며, 잎은 깊게 갈라지는 특징이 있고 톱니가 있다. 짙은 노란색의 설상화와 통상화로 구성된 꽃은 10월경부터 11월까지 피며, 줄기 끝에 산방상으로 여러 송이가 달리며 두화의 지름은 약 2.5cm 내외이다. 아무래도 다른 국화과의 식물보다는 꽃이 작은 편이라 무리를 형성하며 자라는 경우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감국은 관상용으로 좋기도 하지만 민간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용되어 온 대표적인 약용식물이다. 특히 감국의 꽃은 지방마다 차의 재료나 술의 재료로 이용되어 왔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꽃과 잎은 찜질의 재료나 베개속 충전재로도 활용되어 왔다. 약용식물로의 특징을 보면 중추신경억제작용, 혈압강하작용, 항암작용 등이 알려져 있고 약리성분으로 정유(essential oil), chrysanthemine, 캄포성분 등을 비롯하여 lactone류, 플라보노이드 배당체 등을 함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식물의 추출물을 분석한 논문을 보면 정유성분의 가짓수나 함량 등에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소국이나 들국화 등으로 더 많이 알려진 감국은 꽃이 크고 색채도 화려한 구절초보다는 꽃도 작고 노란색으로 소박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노란색의 수줍게 생긴 작은 꽃이지만 제주의 올래길과 같은 여유의 길에서는 더 없는 길동무이며, 사색의 대상이 되어줄 것이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김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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