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관광도시 함마멧 ③야스민 함마멧

페니키아인들이 건설한 도시국가 카르타고에 자부심 강해
관광명소에 알프스 넘는 한니발의 역사적 찰나 조각상으로
다음 행선지는 이슬람국가에 버젓히 자리한 ‘나이트클럽’

‘함마멧’이라는 관광도시는 수도 튀니스에서 65km 가량 떨어져있다. 이 곳은 이슬람 풍의 상업지구인 송뜨르 함마멧과 유럽을 닮은 야스민 함마멧, 신흥 주거지역인 바렉싸 함마멧 등 3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지난주부터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야스민 함마멧은 고급 호텔과 유럽풍 화려한 건물들이 즐비한 관광특구다. 이곳에 있는 침실을 모두 합치면 5만개가 넘는다고 하니 이곳의 관광규모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편집자주>

▲ 함마멧 카르타고랜드 입구에 있는 조각상. 한니발이로마를 공격하는 장면이 조각돼 있다.
▲ 함마멧 카르타고랜드의 관광객들
▲ 함마멧 카르타고랜드 입구에 있는 조각상.

▲테마파크에서 만난 한니발장군
튀니지인들은 6세기경 이곳에 정착한 아랍민족이다. 이들은 기원전 814년경에 페니키아인들이 이곳에 건설한 도시국가 카르타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때문에 지중해 무역항로 독점을 놓고 로마와 벌인 제2차 포에니전쟁(BC 218~201)에서 승리를 이끈 한니발 장군을 아주 존경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테마파크인 ‘카르타고 랜드’가 있다. 카르타고 랜드의 입구는 한니발이 코끼리를 타고 지금의 스페인을 지나 알프스를 넘는 역사적 찰나가 거대하게 조각돼 있다.

카르타고 랜드에서 자유 입장권을 22디나르(1만3200원)에 구입하고 들어가 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관광단지 안에는 각종 놀이시설과 컨벤션 센터, 호텔, 카지노, 박물관과 수십 개가 넘는 카페들이 있다. 자주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튀니지 전통 카페에서 잣을 동동 띄운 튀니지의 민트티를 주문했더니 한잔에 700밀림(420원)이라 한다. 차를 즐겨 마시는 민족이라서 그런지 차 값이 아주 싸다.

카페 촌에서 나와 조금 더 들어가니 고대 이슬람 도시 메디나가 그대로 재연된 곳이 나왔다. 나는 여행지에서는 주로 아이쇼핑을 즐기는 편인데 이곳에서는 돈을 쓰지 않고서는 나올 수가 없을 정도로 도자기며 향수 등 호기심과 구매욕을 자극하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 함마멧 카르타고랜드의 전통시장 수끄 알 메디나’ 입구
▲ 함마멧 카르타고랜드의 전통시장 수끄 알 메디나
▲ 함마멧 카르타고랜드에 있는 튀니지 전통 찻집
▲ 함마멧 카르타고랜드의 전통시장 수끄 알 메디나에서 만난 튀니지 학생들
▲ 함마멧 카르타고랜드에 있는 구도시 메디나.

▲ 아름다운 해변 
카르타고 랜드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하다 보니 예약 해 둔 센티도 페니시아 호텔의 체크인 시간이 다 됐다. 다행히도 호텔은 카르타고 랜드에서 가까웠다. 얼른 로비에서 체크인하고 스탠다드룸 객실을 배정 받고 들어가니 더블침대 1개와 싱글 침대 1개가 있었다. 튀니지에서는 이성의 경우 미혼자끼리는 객실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다. 호텔 측에서 요청할 경우 고객은 혼인관계 증명서도 제시해야한다.

객실은 혼자 사용하기에는 화려하고 너무 컸다. 호텔에는 전용 해변과 헬스클럽, 실내 수영장, 야외 수영장 등이 있었다. 나는 얼른 30℃를 웃도는 더위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서둘러 준비해 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갔다. 그런데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 강해 다시 웃옷을 걸치고 나와야 했다.

야외에서 커피나 음료는 모두 무료였다. 비수기라지만 아직도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꽤 많았다. 잠시 낮잠에 빠져들었는데 한기가 느껴져서 눈을 떠보니 오후 4시, 기온이 19℃로 떨어져 있었다. 이곳 날씨가 이렇다.

얼른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 맨발로 노을이 지는 북아프리카의 해변을 혼자 걸었다. 그곳에서 느낀 낭만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혼자보기에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해변이 호텔 소유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모래가 있는 해변이 공유지이지만 튀니지에서는 모래사장과 연결되어 있는 해변은 호텔의 재산인 경우가 많다.

호텔에 있는 4개의 레스토랑에서는 유럽 여러 나라의 음식을 뷔페로 제공하고 준비해놓고 있었다. 여러 나라의 음식을 먹어 보이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감동 그 자체였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 체크아웃 시간(12시)까지 더 머물고 싶었지만 다음 행선지인 바렉싸 함마멧으로 가기 위해 일찍 체크아웃을 했다.

앞서 이야기했듯 바렉싸 함마멧은 함마멧 세 구역 가운데 하나로 외곽지에 조성된 신흥 주거지역이다. 하지만 내가 이 곳에 가 보려한 이유는 주택가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곳에 튀니지에서도 유명한 나이트클럽 있기 때문이었다. 국교가 이슬람인 튀니지에서 튀니지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나이트클럽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신기했다.

바렉싸 함마멧에서 택시를 탔다. 나이트클럽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택시기사가 껄껄 웃으며 안내해주었다. 나이트클럽의 이름은 ‘칼립소’였다. 동이 틀 때까지 영업을 한다고 하며 특히 금요일은 다른 지방에서까지 이곳을 찾는다 하니 국교가 이슬람인 국가에서 도무지 믿기가 어려운 일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튀니지라는 나라가 이 글의 연재 명 그대로 유럽을 닮은 아프리카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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